우리회사 좋은 회사 - 미래엔
취미교실에 전문가·명사특강
가족·연인·친구위한 이벤트도 말랑말랑한 기업문화 만들어요
[ 공태윤 기자 ]
봄방학이 있는 회사가 있다. 1949년 대한민국 최초의 국정 교과서를 만든 ‘미래엔(옛 대한교과서)’이다. 매년 4월 첫째 주 한 주가 통째로 방학이다. 올해는 4월3일부터 7일까지 봄방학이었다. 대한교과서 시절 새 학기를 앞두고 연초부터 교과서를 만드느라 쉼 없이 일한 생산직을 위한 재충전 휴가가 봄방학의 시작이었다. 이젠 전 직원이 누린다. 봄방학이 끝난 10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에 있는 미래엔을 찾았다. 미래엔은 교과서뿐 아니라 초·중·고교 참고서, 단행본 등을 만드는 교육출판 전문기업이다.
매년 봄방학을 이용해 전국을 자전거로 일주한 류승훈 디지털콘텐츠 연구소 과장은 손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이번 봄방학엔 부산에서 출발해 강원 고성까지 7번 국도를 도전할 계획이었는데 손을 다쳐 무산됐다”고 아쉬워했다. 류 과장이 일하는 디지털콘텐츠 연구소는 전자책, 앱(응용프로그램) 개발과 다양한 유통 채널에 공급할 영상 콘텐츠를 기획하는 곳이다. 대학 때 미디어영상을 공부한 류 과장은 게임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곰TV, 곰플레이어 등의 개발 경력을 쌓았지만 인쇄 제본일을 하신 아버지의 영향으로 결국엔 출판기업에 둥지를 텄다. 최근에 유·아동을 위한 신개념 놀이교육 프로그램 ‘프렌즈몬’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다.
젊은 기업 미래엔에 봄방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취미교실 ‘휴플러스’, 매월 각 분야 전문가와 명사를 초청해 그들의 인사이트를 얻는 ‘지식발전소 특강’, 직원들의 가족, 친구, 연인과 있었던 사연의 신청을 받아 그들의 꿈과 희망을 이뤄주는 ‘더 패밀리데이 이벤트’,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가족과 함께 보낼 기회를 주는 ‘가족의 재발견’ 등 모든 프로그램이 직원 참여형이다.
윤양희 교과서1팀 차장은 평소 아들의 꿈인 제주 여행에 관한 글을 써 ‘더 패밀리데이 이벤트’에 당첨됐다. 윤 차장은 “봄 방학 때 아들과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며 “회사 덕에 호사를 누렸다”고 즐거워했다. 윤 차장은 중학교 국어 검정 교과서, 지도서 편집개발자다. 국어교육과 전공 후 10년째 교과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 윤 차장은 “국어 교과서 트렌드가 암기식에서 탐구형·현장형으로 바뀌고 있다”며 “국어를 잘하려면 남의 생각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서2팀에서 수학 교과서를 만드는 심누리 씨는 지난해 공채 5기로 입사했다. 그는 “미래엔이 집필한 고교 수학 교과서엔 세계 100대 수학자 중 한 명인 이광연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며 “교과서야말로 체계적으로 잘된 수학 나침반”이라고 강조했다. 취미가 수학 문제 풀기라는 심씨는 “그동안 우리의 수학이 문제풀이 계산력을 강조한 교육이었다면, 앞으로는 사고력·응용력·추론능력을 키우는 수학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미래엔의 이런 다양한 조직문화가 나오기까지는 권슬기 경영관리팀 과장이 있다. 와인, 캘리그라피, 수제 초콜릿·맥주 만들기 등 취미교실 아이디어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는 “말랑말랑한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올해는 소통이란 키워드로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미래엔은 지난달 공채 6기 8명을 뽑았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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