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협 고조…호주로 가던 미국 핵항모 칼빈슨호, 한반도로 급선회

입력 2017-04-09 18:47
미국, 칼빈슨호 긴급 배치…북핵·미사일 도발 대응
백악관 "트럼프, 모든 대북 옵션 준비 지시"


[ 이미아 기자 ]
미국이 8일(현지시간)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싱가포르에서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 배치했다고 로이터와 미국 CNN,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보도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위협 속에 칼빈슨호 전단이 계획된 경로가 아니라 한반도로 기수를 돌린 것이다.

기수 돌린 핵항모

이 같은 조치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북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응하고, 대북 정책과 관련해 중국을 더욱 강력히 압박하려는 무력시위로 해석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데이브 벤험 미국 태평양사령부 대변인은 이날 “서태평양에서 존재감과 준비 태세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을 북쪽으로 이동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은 무모하고 불안정한 미사일 시험 프로그램과 핵무기 개발 야욕을 지녔고, 이 지역의 가장 큰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발표 내용에선 특정 목적지를 거론하지 않았지만, 외신들은 일제히 칼빈슨호가 향할 곳으로 한반도를 꼽으며 비중 있게 다뤘다. 칼빈슨 항모 전단은 싱가포르에 있다가 호주로 갈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한반도 쪽으로 경로를 변경했다.

1982년 3월 취역한 칼빈슨호는 미국 샌디에이고가 모항이며 미군 제3함대 소속이다. 9만7000t급 핵추진 항공모함이며 탑승 가능 인원은 약 6000명이다. 미군의 주력 핵항공모함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난 3월엔 부산에 입항해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우리 해군과 다양한 연합훈련을 하기도 했다. 원래 태평양은 제7함대 소속 관할이고, 제3함대는 미 서해안 경비를 주로 맡는다. 하지만 최근 3함대 전력을 동아시아 지역으로 계속 배치하는 추세다.

“항공모함 배치는 신중한 결정”

미국이 초강경 대북 압박 공세에 나서는 이유는 이달에 북한 주요 기념일이 몰려 있어 자칫 북한에서 이를 기념한다는 구실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을 할 위험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1일은 김정은이 노동당 제1비서로 추대된 지 5주년이 되는 날이자 북한 최고인민회의 개최일이다. 13일은 김정은이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 추대된 날이다. 또 15일은 김일성의 생일이자 북한의 최대 명절인 ‘태양절’이며, 25일은 북한 인민군 창설 85주년이다.

이와 관련해 허버트 맥마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은 9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우리의 역내 동맹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모든 옵션을 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도발 행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북한은 이제 핵무기를 보유한 불량 정권”이라고 비판했다.

맥마스터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핵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사실을 거론하며 “북한을 반드시 비핵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 항공모함을 한반도 인근 해역으로 이동 배치하는 것에 대해서도 “신중한 결정”이라며 옹호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17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 수준까지 간다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북한이 레드 라인을 넘을 경우 행동을 시작할 것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