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줄 여론조사'에 희비
유선전화 비율 높은 조사
안철수, 양자대결서 문재인 앞서
휴대전화 비율 90% 넘는 조사
문재인, 안철수보다 우위
[ 박종필 기자 ]
여론조사 방식에 따라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성적표가 달라지는 현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간 초접전 양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조금이라도 불리한 지지율이 나오면 각 캠프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등 ‘여론조사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무선(휴대폰)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에 따라 후보 간 지지율 변동이 요동을 친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웹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손가락 응답’ 방식이 생기면서 후보 간 신경전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지난 3일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 측은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자마자 문 후보 측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가 43.6%, 문 후보가 36.4%의 지지율을 얻어 처음으로 안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은 무선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유선 40%에 인터넷 조사 60%를 반영하는 방식을 적용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인터넷 조사란 먼저 조사에 응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사람들로 패널을 구성한 뒤 문자로 모바일 링크를 보내 웹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보며 여론조사를 마치는 방식이다. 문 후보 측은 이 조사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특정 후보 띄우기식 여론 왜곡”이라고 항의했다.
유·무선 비율에 따라 후보 간 희비가 엇갈릴 때도 많다. 유선 비율이 39.2%였던 지난 5일 YTN-서울신문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을 보면 안 후보가 47%, 문 후보가 40.8%를 기록해 안 후보가 6.2%포인트 앞섰다. 유선 비율이 45%였던 지난 4일 쿠키뉴스 여론조사에서는 안 후보 48.1%, 문 후보 43.7%로 나타났다.
반면 무선전화 비율이 90%에 달했던 6일 MBN 여론조사는 문 후보 46.3%, 안 후보 42.8%로 나타나 문 후보가 우위였다. 무선전화 비중이 100%였던 7일 프레시안 여론조사의 3자 대결 시 지지율은 문 후보 44.9%, 안 후보가 38.9%였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7일 “우선 여론조사를 유선전화로 하느냐, 무선전화로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며 “무선전화 비율이 높을수록 문 후보 지지율이 올라가고, 유선전화 비율이 높을수록 안 후보 지지율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캠프 간 신경전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