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작년엔 반대하더니…'서울시 청년수당' 돌연 찬성 왜?

입력 2017-04-07 18:45
수정 2017-04-08 05:10
작년 6월 합의 직전까지 갔다가
청와대 반대로 '부동의' 의견 낸 복지부
"정권 동력 상실하자 선회" 주장도

복지부 "서울시 수정안 만족"
경기·경북 청년수당도 동의
서울시, 6월부터 본격 지급


[ 심성미/마지혜 기자 ] 서울시가 무상복지 정책으로 추진해온 ‘청년수당’ 사업에 보건복지부가 돌연 태도를 바꿔 찬성으로 돌아섰다. 청년수당은 만 19~34세 미취업 청년 중 5000명을 선발해 매월 50만원의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복지부는 “무차별적인 무상복지는 안 된다”며 줄곧 반대해왔고, 서울시는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복지부와 서울시는 1년5개월간 팽팽히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가 7일 최종 ‘동의’ 의견을 서울시에 통보했다. 서울시는 바로 공모 접수를 시작해 오는 6월부터 대상자에게 현금 지급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선 대통령 탄핵으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복지부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복지부-서울시 1라운드

청년수당 논란은 2015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1월 서울시는 시에 거주하는 만 19~29세 미취업자 3000명을 선발해 월 50만원을 최장 6개월간 지급하는 내용의 청년수당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포퓰리즘적 복지사업”이라며 “사전협의제에 따른 중앙부처 권한을 적극 행사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서울시의회가 통과시킨 2016년 청년수당 예산에 대해 법원에 집행정지결정 신청을 내고, 지방교부세 감액을 예고하는 등 강공을 퍼부었다. 그러자 서울시는 입장을 선회해 지난해 1월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발표했다. 곧바로 3월 청년수당 사업계획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두 달간 서울시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복지부는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사업 대상자 선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영화 관람 등 구직활동과 상관없는 데까지 현금을 지급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면서 서울시가 내용을 수정해 온다면 동의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울시는 수정 사업계획서를 지난해 6월 복지부에 제출했다.

하루 새 바뀐 복지부 입장

복지부는 검토 끝에 서울시의 수정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내부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이 같은 기류가 언론에 보도되자 복지부는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서울시가 수정안을 재보완하지 않으면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시는 강하게 반발했다. “복지부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과정에 모종의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복지부의 수용 의사를 전해듣고 막판에 뒤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복지부 반대에도 지난해 8월 청년수당 시범사업을 강행하고 청년 2831명에게 각각 50만원을 지급했다. 복지부는 곧바로 직권취소 처분을 내리며 다시 대립 모드에 들어갔다.

새 정부 눈치보기?

복지부가 이날 최종 동의한 안은 서울시가 지난 1월 제출한 수정안이다. 복지부가 내놓은 표면적인 동의 이유는 “서울시가 대상자 선정기준, 수당 지급 요건 등 정부의 보완 요구 사항을 충실히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날 경기도의 ‘청년구직지원금’과 경상북도의 ‘청년직업교육 훈련수당’에 대해서도 동의 의견을 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정권의 동력이 상실되자 복지부가 청년수당에 동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작년 8월 직권취소할 때와 달리 올해 1월부터 시작된 협의에선 처음부터 긍정적인 분위기가 읽혔다”고 말했다.

심성미/마지혜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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