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32] 민정수석 문재인 '노무현 사돈 음주사고 은폐' 의혹 파문

입력 2017-04-06 19:09
수정 2017-04-07 05:04
노무현정부때 청와대 행정관
"이호철이 덮고 가자 했다, 당시 문재인 수석도 알았을 것"
문재인 "원칙대로 엄정하게 처리했다"


[ 전예진 기자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03년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 사돈 배병렬 씨의 음주 교통사고를 은폐했다는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6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근무한 A행정관은 “노 전 대통령 사돈 배씨의 음주 사고를 민정수석실이 사고 당일 파악했다”며 “청와대에서 (배씨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당시 이호철 민정1비서관이 관련 사실을 확인한 뒤 ‘노 대통령이 힘들어지니 이번만 덮고 가자’고 설득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비서관은 문 후보와 함께 노 전 대통령 주요 인맥인 ‘부산팀’의 핵심 인사다. 전해철 민주당 최고위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3철’로 불리며 문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A씨는 “배씨의 사고 내용이 즉각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보고됐고 문 수석이 알았을 것이라고 본다”며 “민정수석실 오모 행정관도 사고 피해자 임모씨를 두 번 만나 무마하고 회유를 시도했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관련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문 후보 측 해명을 반박하고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가 이뤄졌음을 시사한 것이다.

문 후보는 이날 광양제철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통령 사돈의 사고라도 시골에서 일어나 사람이 다치지 않았고 당사자 간 합의로 끝나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며 “2003년 사고 당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6년 사건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피해자의 문제 제기가 있었기 때문에 그때부터 엄정하게 원칙대로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비서관도 “문화일보의 보도는 사실무근이며 허위사실을 유포한 관련자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정권 초기 대통령 사돈과 관련된 사고가 민정수석에게 보고되지 않고 비서관 선에서 처리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 후보의 아들 준용씨에 대한 채용 특혜 의혹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준용씨가 제출한 응시원서의 접수날짜와 사인이 조작됐거나 위조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다시 공방이 일고 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후보가 (준용씨의) 필적을 대조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필적조사로 (논란의) 끝을 내자”고 주장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페이스북에 “문 후보가 해명하지 않고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정치권에서는 문 후보 측이 잇단 의혹에 대해 적극 해명하기보다 부인하거나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이 의심을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문 후보의 해명에도 새로운 의혹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검증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 후보가 아들의 채용 문제에 대해서도 “마, 고마하자”라는 말로 무마하면서 석연찮은 구석을 남긴 것도 불붙는 공방에 ‘기름 부은 격’이 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문 후보 측은 앞으로 제기되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낮은 자세로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이다.

문 후보가 전날 페이스북 글에 ‘더 낮은 곳으로’라는 시를 소개하면서 “늘 두려운 마음으로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남긴 것도 이 같은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