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 이유없다" 해명에도…꺽이지 않는 '스팩 투기'

입력 2017-04-06 18:40
하나머스트 3,4,5호 SK3호 엔에이치SL 공모가 대비 최대 두 배 올라
급등시 합병 어려워…투자 주의


[ 이태호 기자 ] 일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주가가 아무런 이유 없이 상승하는 ‘이상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팩 주가가 공모가의 2~3배 수준까지 오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날까지 5개 스팩이 한국거래소로부터 “주가 급등 이유를 찾아 공시하라”는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다. 똑같이 주당 2000원에 상장한 스팩들이 단기간에 대규모 거래량을 동반하며 최고 6000원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스팩은 다른 기업과의 합병을 목적으로 상장하는 회사다. 유망 기업과 합병하면 상당한 투자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하나머스트3호, 4호, 5호와 SK3호, 엔에이치SL 스팩 등 다섯 곳은 곧바로 “급등 이유가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단기간 내 합병 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개 하나머스트 스팩은 여전히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 하나머스트 스팩은 하나금융투자와 머스트자산운용이 공동 발기인(회사를 설립하고 합병 대상을 찾는 경영인)으로 참여한 회사다. 이날 증시에서 3, 4, 5호는 각각 4045원, 2875원, 3340원으로 마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는 주가”라며 “스팩 대표가 특정 정치인과 동문이라는 등 비상식적인 이유로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스팩은 상장 3년 내 합병에 실패하면 투자자에게 공모자금에 연 1~2% 안팎의 이자를 더해 돌려주고 해산한다. 하나머스트3호는 2014년 12월 상장한 만큼 향후 8개월 동안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면 해산하게 된다.

유망 기업과의 합병 정보가 유출됐더라도 자산가치(공모금액) 대비 부풀려진 주가는 합병 무산으로 이어지기 쉽다. 합병 대상 기업 입장에서 불리한 합병비율을 받아들이느니 비슷한 자산가치를 지닌 다른 스팩과 합병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국내 상장 스팩은 50여곳으로 이날 평균 주가는 2100원 수준이다.

한 증권사 스팩 상장 담당자는 “스팩 주가가 높으면 합병 대상 기업 주주는 합병 과정에서 받을 수 있는 신주가 줄어들게 된다”며 “우량 기업은 굳이 주가가 높은 스팩과 합병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오르면 기관투자가들이 주저없이 물량을 처분한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SK3호 스팩은 지난달 20일 주가가 2695원까지 오르자 KTB자산운용, 브레인자산운용, 이베스트투자증권이 모두 보유 주식을 처분했다. 이날 SK3호 스팩은 당시보다 26% 떨어진 1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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