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일본 롯데면세점 직원의 하소연

입력 2017-04-06 17:33
정인설 도쿄/생활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


“일본 매장까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영향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일본 도쿄 긴자에 있는 롯데면세점 직원들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지난 2월 중국이 사드 보복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때만 해도 어디까지나 한국에 국한된 일로 생각했다. 오히려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한국 대신 일본을 찾을 테니 롯데면세점 긴자점은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웬걸,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았다. 사드 후폭풍이 본격화한 지난달부터 매출이 확 줄었다. 3월 초엔 2월에 비해 20%가량 빠지더니 날이 갈수록 매출 감소폭이 커졌다. 어쩔 수 없이 개점 1년 할인 행사 시기를 20일 정도 앞당겼다. 그것도 반값 세일이었다. 브랜드나 상품별로 달랐지만 최대 50% 할인에 나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대부분의 명품 가격이 한국 롯데면세점보다 더 쌌다.

세일 초기엔 유커들의 모습이 세일 전보다 좀 더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자취를 감췄다. 지난달 15일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관광객을 전면 금지한 시점부터 다시 ‘유커절벽’이 시작됐다. 여행사에 “수수료를 조금 더 줄 테니 손님을 데려와 달라”고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위에서 롯데 간판 달린 곳이면 어디든 가지 말라고 해서 갈 수가 없다”는 게 현지 여행 가이드들의 귀띔이었다. 유커들이 롯데면세점 긴자점 대신 찾는 곳은 인근에 있는 라옥스면세점. 중국 자본이 대주주인 곳이다.

지난달 롯데면세점 긴자점의 매출은 2월보다 24% 줄었다. 단체관광을 전면 금지한 지난달 15일 이후 감소폭은 30%다. “50% 할인 행사를 하지 않았더라면 매출이 반 토막 났을 것”이라는 게 롯데면세점 측 설명이다.

롯데면세점 긴자점 직원들은 한국에 있는 면세점 직원들보다 더 불안해한다. 한국이라면 정부에 도움이라도 구해보겠지만 일본에선 그럴 곳도 없다. “어찌 보면 한국보다 사드 여파가 더한 곳이 일본”이라는 현지 직원들의 하소연이 허투로 들리지 않았다.

정인설 도쿄/생활경제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