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일본 부동산] 관광으로 '성장 불씨' 타오른 일본…도쿄·오사카 땅값이 들썩인다

입력 2017-04-05 16:29
일본, 공시지가 2년 연속 상승

올림픽 앞두고 호텔 등 수요 늘면서 상업용지 '껑충'
고령인구·맞벌이 가구는 인프라 잘 갖춰진 도심 이주


[ 문혜정 기자 ] 일본 국토교통성은 2017년 주택지 공시지가가 9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국 평균 공시지가도 2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 뒤 20여년간 장기 침체를 겪어 온 일본 부동산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도시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주요 도시 상업지가 땅값 상승 견인

국토교통성이 지난달 말 발표한 2017년 1월1일 기준 공시지가(모든 용도)는 전년 대비 평균 0.4%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3대 도시권 공시지가는 0.5% 올랐다. 인구와 지역 경제 활동이 집중된 곳이다. 신칸센(철도)과 지하철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재개발로 도심의 거주 편리성이 개선됐다. 장기 저금리 기조 속에 주택 대출에 대한 감세 등으로 주택 수요가 비교적 탄탄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일본 언론도 분석했다.

용도별로 보면 주거지역 공시지가는 0.022% 올랐다. 미미하지만 9년간 지속된 하락세에서 벗어났다. 전국 주거지역 공시지가는 작년에 0.2% 하락했다.

전국 상업지역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평균 1.4% 상승했다. 도쿄·나고야·오사카 등 3대 도시권이 3.3% 상승했다. 삿포로(6.1%), 센다이(9.0%), 히로시마(4.7%), 후쿠오카(8.5%) 등 외국인 방문객이 많은 지역에서 많이 올랐다. 3대 도시권에 비해 땅값이 싸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어 디벨로퍼들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선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한 덕분에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관광객을 위한 상점과 호텔을 지으려는 수요가 많아졌다.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를 앞둔 일본은 올해 20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잡고 있다.

도심 회귀 뚜렷

일본의 1만7909개 지역 중 올해 공시지가가 상승한 곳은 전체의 34%에 그친다. 여전히 43%는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3대 도시권을 제외한 지방권에선 상업지 공시지가도 평균 0.1% 떨어졌다. 주택지 역시 0.4% 하락했다. 지난 7년간 하락폭이 줄고 있지만 25년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일본 및 국내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극화의 원인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과 내국인의 도시 중심부 회귀 현상을 꼽았다. 외국 기업과 자금, 외국인이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땅값이 오르고 있어서다. 또 출퇴근과 쇼핑 등이 편리한 역세권 땅값은 오르고, 역에서 떨어진 지역 가격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박희윤 모리빌딩 한국지사장은 “광역버스 체계가 발달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철도 중심이어서 역세권 여부에 따라 부동산 가치가 달라진다”며 “운전이 힘든 고령인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역세권 이주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9년 만에 주택지 공시지가 하락이 멈춘 것도 생활하기 편리한 도심 주거지의 인기 상승과 맞물렸다는 평가다. 지방에서도 거주·행정·상업·복지·문화 등의 기능을 집약한 ‘콤팩트 시티’와 ‘도심 복합개발’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도시 중심부에 거주하려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도 민간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지원책을 펼치면서 신규 주택 건설과 분양이 이뤄지고 있다.

“수도권 신도시 공동화 우려 없어”

국내에서도 일본처럼 신도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무엇보다 국내 신도시는 단순한 베드타운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벤처밸리 등을 끼고 있어 자족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본과 달리 자가용을 많이 이용할 뿐만 아니라 광역버스망도 촘촘해 서울 출퇴근 여건이 나쁘지 않다. 게다가 서울의 주택보급률은 여전히 100%에 미치지 못한다. 집이 부족해 수도권 신도시에서 살 수밖에 없다.

박 지사장은 “판교 테크노밸리,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등 기업과 산업 생산시설이 서울 이외 지역으로 퍼지면서 신도시들이 배후 주거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도쿄에만 밀집된 일본 수도권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수도권광역철도(GTX) 등 광역교통망이 더 개선되면 수도권 신도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