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속기록 - 최순실 뇌물 혐의 첫 공판
최순실 "옷값 대납 안해, 경제공동체 아냐"
[ 이상엽 기자 ]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뇌물죄 첫 재판이 4일 열렸다. 검찰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죄를 입증하기 위해 ‘경제적 공동체’가 아니라 공범 관계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 측은 의상실에서 제작된 옷값과 사무실 임대료, 월급 등은 모두 최씨가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의상실 관계자들의 진술조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공동체에 대한 양측의 날선 대립이 시작됐다. 최씨 측 오태희 변호사는 “대통령 의상비를 최씨가 냈기 때문에 경제적 공동체라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씨가 본인 돈을 준 것인지 누구 돈을 받은 것인지 조사가 전혀 안 돼 있다”고 주장했다.
특검은 경제적 공동체를 입증하지 않아도 뇌물죄가 성립된다며 지금까지와 다른 법리를 들고 나왔다. 양재식 특검보는 “경제공동체를 전제로 기소한 게 아니며 경제공동체를 입증할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특검은 “의사 합치와 역할 분담을 하면 뇌물 수수가 된다”며 “최씨 요청대로 대통령이 삼성 측에 뇌물을 요구한 것, 최씨가 의상비를 대납한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양 특검보는 또 “최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이 최씨의 뇌물 혐의를 입증할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옷값 대납도 “두 사람의 공동정범을 입증할 하나의 자료로 조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특검의 법리 변경에 반발했다. 재판 도중 갑자기 일어서 “검사가 처음부터 경제공동체를 인정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제적 공동체를 인정하라고 협박해 진술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형사소송 전문변호사는 “특검이 공개적으로 ‘공범 관계면 충분하다’고 밝힌 만큼 이를 놓고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검은 또 박 전 대통령 옷을 제작한 의상실 디자이너 홍모씨, 임모씨의 참고인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임씨는 “지난해 10월까지 박 전 대통령 의상을 제작하면서 450만원 상당의 월급, 임대료, 관리비, 원단 비용 등 3억원 정도가 들어갔고 비용은 최씨가 냈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지난해 10월 이후론 윤전추 전 청와대 행정관이 월급을 줬다”고도 했다. 지난해 10월은 언론에 최씨의 태블릿PC와 의상실의 존재가 보도된 시점이다.
이상엽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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