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회 손에 달린 인터넷은행 운명

입력 2017-04-04 17:37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지난 3일 문을 열자마자 금융 소비자들의 호응이 뜨겁다. 모바일과 컴퓨터만으로 24시간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데다 예금이자는 비교적 높고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싼 덕분이다.

K뱅크는 그러나 이르면 연말이면 ‘개점휴업’ 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은행 설립 자본금 2500억원 중 800억여원을 썼고, 올해 나머지 자본금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위험자산에 대한 자본 비중)을 8%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본금이 없으면 대출을 늘릴 수 없다.

K뱅크 설립을 주도한 KT가 증자를 하면 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4%(의결권 기준)로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불가능하다. 지난해 여야 의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34~50%로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을 다섯 건이나 발의했지만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것은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대 때문이다. 이들은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한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 사태에서 보듯 대주주가 은행 등 금융회사를 마음대로 휘두르게 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반대 의견에도 일리가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사실상 의원들의 ‘몽니’로 보고 있다. 은행법 개정안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에 대한 신용공여를 전면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자신들의 치적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정부는 K뱅크가 투자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2400명 수준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선주자들이 먼저 은산분리 규제 완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이유다.

김일규 금융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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