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 금융부 기자)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가 3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일곱 번째 시중은행으로 첫발을 내디뎠지만 기존 시중은행과 영업 형태부터 시간까지 같은 점 보단 다른 점이 더 많습니다.
영업점이나 은행원에 구애 받지 않고 24시간 365일 내내 언제든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혼뱅’(혼자 뱅킹)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K뱅크가 출범 초기 내놓은 각종 금융상품들을 보면 확실히 기존 시중은행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영업점이 없기 때문에 운영 비용 등을 줄여 고객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겁니다.
영업 개시 첫 날인만큼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한 때 K뱅크 앱(응용 프로그램)이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그렇다면 시중은행장들은 이런 ‘K뱅크 열풍’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이날이 올 2분기 첫 영업일인만큼 각 은행장들이 임직원들에게 한 조회사를 보면 K뱅크에 대한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은 2분기 영업 전략을 언급한 이날 조회에서 고객 중심의 경영 철학을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제대로 금융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고 여기는 소비자들을 디지털 경쟁자들이 노릴 것이라는 이유에섭니다. 결국 K뱅크 등 디지털 경쟁자들에 비해 한 발 빨리 의사결정을 하고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우선적 제공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비(非)대면 채널의 상담 기능을 강화하고 리브·리브메이트 등 KB금융그룹의 모바일 플랫폼에도 더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생각도 밝혔습니다.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습니다. 함 행장은 이날 열린 2분기 조회에서 디지털 혁신이 바탕이 돼야만 고객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는 고객이 편리함을 느껴 스스로 찾아오도록 해야 은행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속에서 K뱅크 등 인터넷은행이 속속 출범하는 것만 봐도 금융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바뀌고 있는 걸 알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금융그룹의 계열사 통합 멤버십 플랫폼인 하나멤버스 등을 통해 고객들이 새로운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 역시 “앞으로 신한은행의 경쟁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라며 “은행을 둘러싼 경쟁 환경 변화의 본질을 정확하게 통찰하고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통적인 금융의 틀에서 벗어나 은행업 자체를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은행원들의 일하는 방식 자체가 이전과 달라져야 한다는 절박함도 깔려 있습니다.
직원 수나 자산 규모 등만 보면 인터넷은행이 한 순간에 ‘판’을 흔들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어찌됐든 기존 은행들의 잠재력을 자극하고 깨우는 ‘금융 메기’가 되고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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