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영하만 찾는 박근혜 전 대통령…심상찮은 변호인단 내분

입력 2017-04-03 18:06
수정 2017-04-04 06:21
유영하 외엔 박 전 대통령 접견 못해
잇단 법적 패배에 갈등 커져

올케 서향희도 10분간 면회
"변호인단 재구성 문제 논의"

무료 변론…수임료도 '복병'
"사명감에 나섰지만 생계 곤란도"


[ 고윤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내부 분위기가 심상찮다. 변호인단 교체와 재구성 문제가 불거질 정도여서 ‘개점휴업’ 상태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법정투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라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큰 악재다. 박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유영하 변호사(사진)와 다른 변호인 간 정보공유조차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접견정보조차 내부 공유 안 돼

유 변호사는 3일 오전 9시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접견했다. 그러나 접견 내용은 변호인단에 전혀 공유되지 않았다. 변호인단의 다른 변호사도 이날 접견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유 변호사와 접견이 겹치고 일정이 많으니 다음에 오라며 돌려보냈다는 소식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변호인단 내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의사조차 공유되지 않고 있어 부실대응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탄핵 심판정 출석 등을 둘러싼 변호사 간 이견이 갈등을 키웠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심판정 출석에 부정적이었지만 다른 일부 변호사는 출석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 특수본의 조사를 받으면서 갈등이 감정적인 차원으로 증폭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유 변호사가 쉬는 시간에 선배 변호사들에게 적절 하지 못한 태도를 보여 고성이 오간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 재구성도 세 갈래로 ‘제각각’

갈등이 커지면서 변호인단 재구성 움직임이 빨라졌다. 하지만 변호인단에 구심점이 없는 상황이라 재구성 작업조차 여러 갈래로 진행되고 있어 혼선이 여전하다. 첫 번째 갈래는 가족인 박지만 EG 회장 쪽이다.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가 구치소를 찾아 10분가량 면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은 “(서 변호사가) 유 변호사를 포함한 변호인단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도 움직이고 있다. 그는 검찰 출신인 유 변호사를 보완하기 위해 판사 출신 거물급 변호인을 섭외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유 변호사도 독자적인 변호인단 구성에 나서며 맞대응 중이다. 대형로펌들이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수임을 거절해 유 변호사는 중대형 로펌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난항이 거듭되면서 수임료 압박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상당수 변호인단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애정과 법률가로서의 나름의 소신에 따라 변호인단에 합류한 상황이다. 이번 사건을 맡았다는 이유만으로 소속 법무법인에서 쫓겨난 변호사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지급된 수임료가 거의 없어 사실상 ‘무료 변론’을 하고 있다. 수임료가 없다 보니 변호사들은 사건을 진행하면서 드는 행정비용마저 사비로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계에 영향을 받는 변호사도 있다는 전언이다. 한 대형로펌 관계자는 “수임료는 시간당으로 따지기 때문에 석 달여를 십수명이 하루 10시간 넘도록 일하면 총비용이 최소 10억원”이라며 “돈도 안 받으면서 끝까지 한다는 것은 대단한 사명감”이라고 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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