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끌림 명확치 않았던 '어느날', 김남길에 낚였죠"

입력 2017-04-03 14:06
수정 2017-04-03 14:14
이윤기 감독 신작 '어느날' 미소 役 천우희 인터뷰
"'허리영화' 없다는 김남길 말에 의지 불태웠죠"



배우 천우희가 전도연('멋진하루', '남과 여'), 김지수('여자, 정혜'), 임수정('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의 뒤를 잇는 이윤기 감독의 페르소나로 얼굴을 드러냈다.

천우희가 출연한 '어느날'은 '남과 여',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멋진 하루' 등을 통해 남성과 여성의 심리를 디테일한 감성을 더한 연출로 호평을 받았던 이윤기 감독의 작품.

이 영화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미소(천우희)가 유일하게 자신을 볼 수 있는 강수(김남길)를 만나 간절한 소원을 들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된다.

천우희가 연기한 미소는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고로 영혼이 됐을 때는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시력을 얻게 된다.

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천우희는 영화 출연 소감을 묻자 "낚였어요"라고 말하며 배시시 웃는다.

앞서 '어느날' 제작보고회와 언론시사회를 통해 주연 배우 천우희, 김남길은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받고 한 차례 출연을 고사했던 사실을 밝혔다.

천우희는 '어느날' 출연을 주저했던 이유를 여과 없이 풀어놨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느날'은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지만 '끌림'이 명확하게 있지 않았다. 여주인공 이미지에 정형화된 느낌이 있어 주저했다"라고 설명했다.

영혼과 인간의 만남이라는 판타지적인 설정은 연기를 해야 하는 배우들에게도 모험이었다. 천우희는 "시나리오적으로 주저함이 있었지만 이윤기 감독과 김남길을 만나 얘기를 해보니 해소가 됐다. 미팅을 하면서 되려 기대하게 됐다. 우리가 만들어 가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특히 천우희는 김남길과의 대화를 통해 일종의 설득을 당했다. 그는 "김남길과 만났을 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나라 영화의 현실에 대해 툭하고 말하더라. 상업영화와 독립영화 사이의 '허리 영화'가 없다는 것"이라며 "김남길의 말이 의지를 불타오르게 했다. 사명감까지 생겼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작 '곡성'에서 미지의 존재인 '무명'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천우희는 '어느날'에서도 '영혼'이라는 유사한 맥락의 연기를 해야 했다.

천우희는 "'어느날' 촬영하고 있을 때 '곡성'이 개봉했다"라고 회상하며 "또 영적인 존재를 연기한다고 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결이 다르긴 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소 역이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중 자신의 모습과 가장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천우희는 "내면적인 고뇌, 아픔이 있는 역할을 주로 연기했다. 끌리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미션처럼 주어져왔다"라며 "전에 보인 캐릭터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거나 전달하는 사람으로 꼭 보여야 하는 감정이 있었다. 이번에는 실생활에서 내 모습들, 어떤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반응들이 비슷하게 느껴졌다"라고 강조했다.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했다. 김남길과의 연기 호흡은 '애드리브 대잔치'라 불릴 정도였다.

그는 "크랭크인 하던 날 자동차 안에서 촬영했던 신은 모두 애드리브였다. 말도 안 되게 웃기는 것도 있고, 장난도 치고, 김남길과 누가 더 애드리브를 잘 치는지 대결하는 듯 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였는데 감독이 수위 조절을 잘 해줬다"라고 일화를 전했다.

천우희는 그동안 스스로에게 냉정한 잣대를 내밀어 왔다고 고백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니 조금 더 스스로에 대해 유연해지는 것 같다"라며 "단점도 분명히 있겠지만 나쁘지 않다. 모든 작품 하나, 하나가 소중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영화 '어느날'은 오는 5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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