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국제행사 직접 유치하자"…보폭 넓히는 마이스 기업들

입력 2017-04-02 15:56
인터컴 등 국제회의 전문기획사
유치된 행사 입찰 관행 탈피
국제행사 유치 전 과정서 역할
마이스기업 해외진출 길 넓혀


[ 이선우 기자 ]
국제회의전문기획사(PCO) 메씨인터내셔널은 2011년 세계건축연맹(UIA) 주최의 국제행사 유치에 성공했다. 이 회사가 한국건축단체연합(FIKA)과 함께 오는 9월 개최하는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는 124개국 13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UIA가 3년마다 여는 행사다. 전 세계 5000여명의 건축전문가가 참여해 건축분야 세계 올림픽으로 불린다.

메씨인터내셔널은 행사 유치 과정에서 전략 수립부터 제안서 작성, 회원 대상 홍보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김분희 대표는 “유치 여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간과 인력, 예산을 선투입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라는 점에서 결과와 상관없이 충분한 가치를 지닌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기업회의와 국제회의, 학술대회 등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행사 기획·운영에 머무르던 PCO의 역할이 행사 유치로 확대되고 있다. 유치가 확정된 행사의 기획·운영을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수주하는 이른바 입찰 비즈니스에서 국제행사를 직접 발굴하고 유치해 개최 준비와 운영까지 맡는 주체로서 PCO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메씨인터내셔널과 함께 10여년 전부터 유치시장에 뛰어든 PCO 인터컴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제9차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학술대회 유치부터 개최에 이르는 전 과정에 참여했다. 미국, 일본 등이 유치 경쟁에 나선 가운데 이 회사는 30여년간 다수의 의학 학술대회를 연 경험을 살려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를 초청하는 프로그램을 제안해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최태영 대표는 “그동안 꾸준히 다양한 행사를 유치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와 콘텐츠 기획 노하우를 축적한 결과”라며 “회사에서 연간 개최하는 50건의 국제회의와 학술대회 가운데 직접 유치활동에 참여한 행사 비중이 10~15%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2003년 설립 초창기부터 행사 유치에 나선 메씨인터내셔널은 세계인구총회, 세계약학연맹총회대회 등 지금까지 20건이 넘는 굵직한 국제행사를 유치했다. 관련 협회, 학회 등과 손잡고 짧게는 5년에서 10년 가까이 공들여 유치한 행사다. 김 대표는 “정작 유치에 성공하고도 유치위원회와 조직위원회가 다르고 무리한 경쟁입찰을 요구해 행사 운영에 참여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행사 운영대행사 선정의 투명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유치 과정부터 참여한 PCO의 기여도를 인정하는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PCO의 행사 유치활동 확대가 국내 마이스 기업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여 시장을 확대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협회단체전문가협회(KSAE) 회장을 맡고 있는 황희곤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엠씨아이 등 미국, 유럽의 PCO는 행사 기획·운영뿐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업종별 협·단체 및 학회와 동등한 지위를 갖는 사업 파트너로 자리 잡으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활동 영역을 행사 유치로 넓히려는 시도와 함께 적극적인 투자 마인드를 가져야 시장 확대, 수익성 개선 등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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