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유통맨, 이젠 '수출 상사맨'으로 뛴다

입력 2017-03-31 18:07
무역협회 전문무역상사 제도
마트·홈쇼핑 등 216개사 지정, 영세기업 해외시장 개척 도와

이마트 베트남 1호점 '고밥점' 중소기업 상품비율 확대나서
이랜드, 중소기업원단 의류 생산…SPA 브랜드로 해외패션 공략


[ 최은석 기자 ]
이마트·이랜드 등 유통기업들이 ‘전문무역상사’ 제도를 통해 해외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올해 롯데마트와 GS홈쇼핑이 전문무역상사로 신규 지정되면서 새로운 수출 첨병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도입된 전문무역상사 제도의 취지는 ‘수출 초보 내수기업의 간접수출 증진’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년 수출 실적 또는 최근 3년간 연평균 수출 실적이 100만달러 이상이고 다른 중소·중견기업 생산 제품의 수출 비율이 20% 이상인 무역상사 등을 대상으로 매년 전문무역상사 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정부는 선정된 기업에 단기 수출보험 가입 우대와 수출 신용보증 가능 한도 우대, 무역기금 융자 시 가점 부여, 환변동 보험료 지원, 수입자 신용상태 조사자료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지난해 이마트, 이랜드월드, (주)한화, 대림코퍼레이션, NH무역 등 216개사가 전문무역상사로 지정됐다. 이들 기업은 해외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영세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돕는 등 작년에만 약 23억달러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대행 수출을 기록했다.

일례로 식품 기업 A사는 중국 시장에 독자 진출을 시도했지만 수차례 실패한 뒤 전문무역상사인 희창물산을 통해 첫 수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중국 시장 수출 경험이 많은 희창물산은 현지에서 통할 수 있는 디자인과 라벨링을 지원하는 등 A사의 중국 진출 교두보 역할을 했다.

올해에는 전문무역상사가 236개(재지정 162곳) 기업으로 늘었다.

산업부는 서류 심사 등을 거쳐 최근 2017년 전문무역상사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롯데마트, GS홈쇼핑, 삼성물산 등이 신규 지정됐다. 정부는 한국산 제품의 해외 진출 창구 역할을 하는 유통 기업을 ‘제2의 종합상사’로 키워 수출 중소·중견기업과 동반 진출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전문무역상사 지정 이후 글로벌 종합 유통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베트남 몽골 미국 싱가포르 등 10개국에 320억원어치를 수출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65% 증가한 530억원어치를 수출한다는 목표다. 또한 올 연말까지 수출 대상 국가를 기존 10개국에서 20개국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마트는 2018년 수출 규모 1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수출을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방침이다. 이마트는 이를 위해 자체 해외 점포와 현지 대형 유통 업체, 현지 도매 채널 등 세 가지 트랙을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마트는 올해 노브랜드 등 단독 상품 수출을 크게 늘려 전체 수출액에서 중소기업 상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이마트는 국내 우수 중소기업 상품을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와 업무 노하우를 갖췄다”며 “올해에도 중소기업 수출 판로 확보의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랜드도 해외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랜드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국내 중소기업의 원자재를 동남아시아로 수출, 현지 생산 기지에서 제품화하고 있다. 완제품에 그룹 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를 단 뒤 세계 최대 패션 소비국인 중국으로 재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전략이다. 이랜드월드의 지난해 수출액은 약 370억원이며 중소·중견기업 제품 비율은 약 50%다. 이랜드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국내 중소기업의 원자재를 동남아 생산 기지로 수출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동반 성장하기 위해 원단 품질 개발 등 중소기업과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한경비즈니스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