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구치소 생활 첫날
연두색 겨울용 수의 입고 아침 식빵·점심은 우거지탕
한끼 1440원 … 설거지는 직접
박지만, 변호인단 교체 검토
[ 고윤상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31일. 새벽 4시45분께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박 전 대통령과 검찰 수사관들이 탄 K7 차량이 어둠을 헤치고 도착했다. 주변엔 차가운 공기가 흘렀다. 봄이지만 바깥 날씨는 영상 5도 정도로 쌀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올림머리를 풀고 화장기 없는 민낯으로 일반 피의자들과 같은 입감 절차를 밟았다. 지난 10일 탄핵(파면)당해 이날 구속되기까지 국가원수에서 수감자가 되는 데 걸린 기간은 불과 21일이었다.
◆이름 대신 수인 번호로 불려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안으로 들어서자 구치소 측은 입감 절차를 시작했다. 교도관이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확인했다. 의료진은 기본적인 건강상태를 물었고 신체검사도 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미결수복인 연두색의 겨울용 수의가 제공됐다. 4월 중순까지는 이 옷을 입고 생활한다. 상의 왼쪽에는 수인번호가 적혀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는 503호 수인번호가 부여됐다. 교도관들은 박 전 대통령을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른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이름표를 받쳐 들고 키를 측정하는 자 앞에 서서 수용기록부 사진인 머그샷(mug shot)을 찍었다. 머그샷은 18세기 얼굴의 은어로 쓰인 머그(mug)에 사진을 찍는다는 뜻의 샷(shot)을 합성한 말이다.
세면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 필요한 물품도 받았다. 이후 교도관이 박 전 대통령을 미리 배정된 독방으로 안내했다. 보통 독방은 6.56㎡(1.9평) 규모지만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에서 일반 수용자 6~7명이 함께 쓰는 10.6㎡(3.2평)의 방을 제공했다.
독방에서 쓰는 매트리스는 두께 15㎝ 정도의 삼단 접이식이다. 방바닥에는 난방을 위한 열선이 깔려 있다. 대부분의 방은 외풍 탓에 다소 추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소자들은 5월 초까지도 추위에 잠을 뒤척인다고 한다.
◆지정된 시간에 TV 시청 가능
서울구치소에 따르면 이날 아침식사로는 식빵이 제공됐다. 박 전 대통령이 식사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점심 메뉴는 뼈우거지탕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다른 재소자들과 함께 식사하지는 않는다. 방 안에서 혼자 먹거나 별도로 마련된 장소에서 식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혼밥(혼자 밥을 먹는 것)’하고 식사 후 설거지는 스스로 해야 한다. 구치소 식사는 네 가지 반찬에 국과 밥 등이 제공된다. 한 끼당 1440원짜리다. ‘콩밥’은 없고 100% 쌀밥이다. 박 전 대통령은 다른 재소자들처럼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8시에 취침한다. 일요일을 빼곤 하루 45분씩 운동시간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을 앞두고 변호인단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을 전후해 변호사들 사이에 내분이 벌어지고 있어서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과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변호인단의 전략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그 부인 서향희 변호사가 변호사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경호지원 중단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경호도 중단됐다. 파면 이후 전직 대통령으로 받던 유일한 예우였던 경호 지원도 못 받게 됐다. 수사·재판 등을 위해 구치소를 나올 땐 경호가 재개된다.
대통령경호법은 현직 대통령이 임기 만료 전에 퇴임하면 경호 기간을 5년으로 하고 있다. 필요하면 5년을 연장할 수 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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