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알고리즘 권위자 문병로 교수, 한국형 헤지펀드 진출
'알고리즘 트레이딩' 옵투스운용
공학도들이 포트폴리오 구축
2009년 이후 코스피 3배 수익
[ 김우섭 기자 ]
컴퓨터 알고리즘 최적화 이론의 대가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사진)가 설립한 옵투스자산운용이 한국형 헤지펀드 시장(투자목적 사모펀드)에 진출한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컴퓨터에 의해 짜인 논리에 따라 자동으로 주식 매매) 기법을 쓰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이는 셈이다.
미국에선 5~6년 전부터 이 기법을 활용하는 자산운용사가 두각을 나타냈다. 하버드대 수학 교수 출신인 제임스 사이먼스가 설립한 르네상스테크놀로지는 수십조원의 자금을 알고리즘 트레이딩으로 굴리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옵투스자산운용은 조만간 국내 증권사와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계약을 맺고 한국형 헤지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4월 투자자문사에서 운용사로 전환한 이 회사는 그동안 일임매매(알아서 투자해달라고 자금을 맡기는 것)와 일반형 사모펀드(7개·650억원)를 통해 돈을 굴려왔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제한된 투자자로부터 최소 1억원 이상을 투자받아 운용하는 금융 상품이다. 일반 사모펀드나 일임매매와 달리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투자 전략을 활용할 수 있다. 수익률이 공개되고 판매처가 다양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
옵투스자산운용은 컴퓨터 알고리즘 전문가가 주축인 회사다. 사무실도 서울 여의도 증권가가 아니라 서울대 안에 있다. 이 회사가 운용한 계좌는 2009년 2월 이후 지난 24일까지 261.8%의 수익을 내 자산가 사이에서 이미 유명세를 탔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84.1%의 세 배를 넘는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핵심은 ‘통계’와 ‘확률’이다. 증권시장과 관련한 방대한 데이터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가장 유망한 주식과 매매 타이밍을 골라낸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임의의 한 종목이 52주 신고가를 냈다고 가정하자. 문 교수 연구에 따르면 이 종목의 주가가 다음날 오를 확률은 54%(평균 44%)다. 여기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이라면 6개월 뒤 상승해 있을 가능성이 59%로 높아진다.
2000년부터 투자 알고리즘 개발에 나선 문 교수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다. 7~8년 동안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 뒤 핵심적인 알고리즘을 어느 정도 깨달았고 2009년에 첫 투자금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옵투스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엔 일반 주식형펀드보다 2~3배 많은 200종목 정도가 담겨 있다. 종목당 0.5% 비중으로 시작해 시장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6월30일 운용을 시작한 136억원 규모의 사모펀드는 주도주인 삼성전자를 한 주도 담지 않고 이달 24일까지 16.7%의 수익을 냈다. 문 교수는 “한 종목에 대한 의존도가 낮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지난해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인공지능 로봇을 활용한 투자자문)와 성격이 다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주로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고 자산배분에 초점을 두는 반면 알고리즘 트레이딩은 주식 매매에 집중한다. 매매 결정 과정에서 사람이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도 알고리즘 트레이딩의 특징으로 꼽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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