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묻힐 뻔한 윤동주 시집 '하늘과 …'

입력 2017-03-30 18:47
문학 콘서트


[ 양병훈 기자 ] 윤동주의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사장될 뻔했다가 시인의 후배 정병욱의 역할로 빛을 봤다.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할 때 시집 원고본을 가까운 후배인 정병욱에게 선물로 줬다.

윤동주가 일본에서 옥사한 뒤 정병욱은 자신이 갖고 있던 원고본을 출판사에 보냈다.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는 “일제의 한글 말살정책 때문에 원고본을 보관하고 있던 정병욱의 어머니는 이를 전남 광양에 있는 한 양조장의 독 안에 숨겼다”며 “지금도 이곳을 둘러보면 섬진강 매화 향기 속에 윤동주를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최근 펴낸 《문학 콘서트》에서 한국 문학·미술 근현대사의 12가지 주요 명장면을 다룬다. 등장하는 작가는 윤동주, 조지훈, 박목월, 이중섭, 이상 등 10여 명이다. 청록파 시인 조지훈과 박목월의 첫 만남, 시인 이상과 화가 구본웅의 예술을 뛰어넘은 우정, 구상의 시집에 이중섭이 삽화를 그려준 일화 등이 담겼다.

다소 논쟁적인 주제도 다룬다. 자진해서 창씨개명을 하고 젊은이들에게 일본을 위해 싸우라고 선동한 이광수의 친일 행적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이광수는 해방 소식을 듣던 날 그 자리에서 차라리 죽었어야 했다고 썼다”며 “이것은 이광수의 가장 진실된 고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광수는 신문학사의 첫머리에 자리 잡고 있지만, 그 문학과 인간이 함께 식민지 시대 역사에 대한 비판적 대상으로 해방 공간에 흉물스럽게 서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민 지음, 해냄, 352쪽, 1만5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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