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지구 온난화 대책을 전면 수정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 화력발전소를 대거 폐쇄토록 한 오바마 정책을 폐기한 게 핵심이다. 셰일오일 및 원유, 천연가스 개발 등과 관련한 규제도 대폭 완화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액화천연가스(LNG) 등이 증산돼 가스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한국의 발전시장에도 꽤 영향을 끼칠 것 같다.
트럼프의 이번 행정명령은 2015년 오바마 정부가 주도해온 기후변화협약인 파리협정을 사문화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파리협정의 목표는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섭씨 2도보다 낮게 유지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이 목표를 위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가입한 197개 국가들이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제했다. 기존 교토의정서 체제에서 37개 선진국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주어진 것과 비교된다.
문제는 개발도상국 참여의 불확실성이다. 오바마 정부는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을 위해 매년 8억달러를 지원키로 약속했다. 개도국 중에선 이런 자금지원 가능성을 믿고 협정에 동의한 나라가 많다. 만일 미국이 지원에 인색하다면 파리협정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 역시 파리협정 규정으로 인해 당장 탈퇴할 수 없다지만 트럼프가 파리협정 서명을 무효화할 수도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파리협정을 국회에서 비준했다. 정부는 국회에서 비준하자마자 지난해 12월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내놨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7%에 해당하는 3억1500만t 감축한다는 로드맵이었다. 정부는 국제기후협약의 변동성 등을 반영해 계획을 수정·보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얼마나 유연하게 대응할지는 의문이다. 2015년 시행된 탄소배출권이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어 업체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허한 약속에만 머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