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I.O.I 출신 김도연·최유정만 재계약한 까닭

입력 2017-03-29 21:35
수정 2017-03-30 08:08


(김은정 금융부 기자)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뜨거운 연예인 목격담’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벚꽃나무 아래 서 있는 남녀가 정말 잘 어울렸다” “훤칠한 두 명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등의 반응이었습니다. 주인공은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를 통해 신흥 대세로 떠오른 모델 출신 배우 남주혁과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오아이(I.O.I) 출신 가수 김도연이었습니다.

사실 이날은 KB금융그룹이 일코노미(1인+이코노미) 상품 광고를 촬영하는 날이었습니다. 식품·유통업에 이어 금융권에서도 1인 가구가 주력 소비계층으로 떠오르면서 각 금융회사들은 이들을 겨냥한 상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발 빠른 곳은 KB금융입니다. KB금융은 이달 초 국민은행 KB증권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주력 계열사간 협업을 통해 1인 가구를 위한 금융상품을 선보였습니다. 적금, 대출, 카드, 보험, 펀드 등으로 구성된 일종의 1인 가구 맞춤형 종합선물세트로 볼 수 있습니다.

KB금융은 일코노미라는 이미지에 가장 부합한 광고 모델을 선정하기 위해 6개월간 내부 회의와 평판 조사 등을 실시했습니다. 수 많은 가수, 배우, 모델 등이 후보로 부각됐지만 결국 KB금융은 남주혁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깔끔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남주혁의 이미지가 1인 가구의 당당함과 여유로움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사실 남주혁 발탁을 두고서도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실무 부서에서 수개월 간 작업한 끝에 남주혁을 최종 후보로 잠정 결정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게 보고할 때였습니다. 당시 윤 회장은 남주혁에 대한 사전 지식이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윤 회장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배우였지만 실무 부서에서 “일코노미 상품 이미지에 적합한데다 다양한 세대가 선호할 수 있는 매력을 갖췄다”고 설명하자 전적으로 실무 부서의 판단을 지지해줬다고 합니다. 특히 “앞으로 국민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 흔쾌히 광고 모델 발탁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KB금융은 광고업계에서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은 광고 모델을 다른 기업에 비해 먼저 발탁해 ‘성장 효과’를 누린 전례가 많거든요. ‘피겨 여왕’ 김연아와 가수 겸 배우 이승기가 대표적입니다. 이들에 대한 국민의 선호도가 높아질 수록 KB금융이 누리게 되는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도 커집니다.

I.O.I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인 아이돌 그룹을 발굴하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갓 결성된 I.O.I를 KB금융은 광고 모델로 전격 발탁했습니다. 이후 I.O.I의 인기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KB금융도 광고 효과를 톡톡히 누렸습니다. 20~30대를 겨냥한 KB금융의 모바일 생활금융 플랫폼 리브의 젊고 발랄한 이미지와 딱 들어맞는다는 호평도 많았고요.

하지만 올 초 I.O.I는 10개월 남짓한 활동을 마무리하고 공식적으로 팀을 해체했습니다. 처음부터 일정 기간만 활동하기로 한 프로젝트 걸그룹이었던 까닭입니다. KB금융과 맺었던 1년 가량의 광고 모델 계약도 종료됐고요.

그렇다면 왜 일코노미 광고 촬영 현장에 김도연이 등장했던 것일까요.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KB금융은 I.O.I 출신 멤버 중 김도연, 최유정과는 광고 모델 계약을 1년 다시 맺었다고 합니다. I.O.I 활동 이후 각 멤버들이 다양한 소속사로 흩어졌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기존 멤버를 모두 다시 재계약 하는 건 어려웠다고 합니다.

김도연, 최유정은 모두 판타지오 소속으로 함께 섭외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했고, 성장 잠재력도 남다를 것이라는 KB금융의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I.O.I 출신 멤버들이 각기 다른 걸 그룹으로 거의 데뷔를 마쳤지만 아직 김도연, 최유정은 데뷔를 하지 않았습니다. 올 여름 새 걸 그룹으로 데뷔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남주혁과 함께 일코노미 광고의 여자 주인공을 김도연이 맡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하네요. 188㎝ 키의 남주혁과 170㎝을 훌쩍 넘는 장신 미녀 김도연의 조합이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좋았다는 게 광고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최유정은 조만간 단독으로 리브 광고 촬영도 예정돼 있다고 합니다.

KB금융의 일코노미 광고는 다음달 중순 구글의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서 먼저 선보인다고 합니다. 5월에는 TV 광고로도 접할 수 있다고 하네요. KB금융의 남다른 광고 모델 전략이 이번에는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킬 지 기대해 봅니다. (끝) /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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