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체감경기 석달째 개선…2년 만에 최고치
전자·자동차·화학 등 주력업종 자신감 커져
투자·고용 확대→소비 증가 '선순환' 기대
[ 김유미 기자 ] 소비 부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미국의 환율제재 가능성 등으로 ‘4월 위기설’까지 터져나왔지만 기업의 밑바닥 경기는 사뭇 달랐다. 수출이 회복되자 경제 주축인 전자와 자동차, 화학업종 등에서 낙관적인 목소리가 늘었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고전하던 내수기업의 체감경기도 모처럼 개선됐다. 기업의 자신감이 투자와 고용 증가, 내수 회복까지 불러올 것인지가 관건이다.
◆‘다음달 더 좋아질 것’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9로 2015년 4월(80) 후 최고치였다. 한 달 새 3포인트 올랐다. 1년 전인 작년 3월 68에 그쳤던 제조업 업황BSI는 작년 말까지 71~72 수준을 맴돌다 올 들어 상승 곡선에 진입했다. 1월(75), 2월(76)에 이은 석 달 연속 오름세다.
한 달 뒤 경기를 예상한 업황 전망BSI는 82로 이보다도 높았다. 이번 수치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결정(10일), 미 금리인상(16일) 직후인 지난 15~22일 전국 2842개 기업이 현재 업황을 판단한 결과다. 안팎의 불확실성을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기업의 체감경기가 나아졌다는 분석이다.
전자·영상·통신장비(93), 화학물질·제품(100)의 업황BSI는 전월보다 8포인트씩 급등했다. 전기장비(73)와 자동차(83) 또한 4포인트씩 뛰었다. BSI는 기준치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낮으면 경기를 안 좋게 보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아직 많다는 의미다.
◆서비스업 체감경기도 개선
하세호 한은 기업통계팀 과장은 “전자업체들의 체감경기가 반도체 업황 호조,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으로 좋아졌다”며 “화학업체는 최근 유가 하락에 원재료 부담이 완화됐고 자동차업체는 수출 회복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 기업의 업황BSI(76)도 전월보다 3포인트 올랐다. 예술·스포츠·여가 서비스(72)는 14포인트, 출판·영상·정보(85)는 13포인트 뛰었다. 다만 숙박업 업황BSI(57)는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8포인트 하락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BSI도 흐름이 다르지 않았다. 4월 전망치는 93.3으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미국 금리 인상, 보호무역 같은 대외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연초 이후 수출이 회복되는 등 경기회복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선순환 가능할까
작년 말까지만 해도 세계교역 위축,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판매 중단까지 겹치며 체감 경기는 큰 타격을 받았다. 김영란법 영향으로 서비스업 전망도 좋지 않았다.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 초반으로 끌어내렸다.
비관론 속에서도 최근 기업이 힘을 내는 배경엔 수출 증가가 있다. 한은 무역지수를 보면 지난달 수출물량은 전년 동월보다 10.0% 늘어나 2년2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업종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수출 증가로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확대되면 가계소비도 늘어나 ‘경기 선순환’을 기대해볼 수 있다. 한은 지역경제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제조업체(조사대상 271개)의 66.7%는 올해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7로 두 달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BSI에 CCSI를 합성한 3월 경제심리지수(ESI)도 98.0으로 한 달 전보다 2.4포인트 뛰었다. 2015년 5월(99.6) 후 1년10개월 만의 최고치다.
체감경기 회복세가 실물경제에서도 확인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가계 부채와 사드 배치 논란 등으로 소비 회복이 더딘 데다 제조업 생산도 IT업종을 제외하면 미흡하다”며 “선진국 투자가 확대되면서 IT 외 다른 업종에서도 수출이 늘어나야 고용 증가, 소비 회복이라는 선순환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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