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같은 일본 대학교 졸업식

입력 2017-03-29 19:16
수정 2017-03-30 09:37


(임락근 바이오헬스부 기자)지난 24일 졸업식이 열린 일본 교토대. 교토대의 졸업식은 조금 특별합니다. 졸업생들은 정장이나 졸업 가운을 입지 않고 코스프레를 하고 나타납니다. 수십년 째 이어져 온 전통은 올해도 지켜졌습니다. 포켓몬스터, 맥주, 유희왕, 아베 총리 등등. 심지어는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등장했습니다.

특이한 전통으로 졸업식은 언제나 유쾌했지만 이번 졸업식은 특별히 더 화기애애했습니다. 그 이유는 요즘 일본에서 취업이 잘 되기 때문인데요. 이날 졸업한 2888명의 학부생 중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졸업생들의 얼굴에는 새출발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습니다. 이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졸업식장을 찾은 가족과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죠. 이날 식장에는 졸업생 대다수가 참석해 빈 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취업을 못해 낙담한 나머지 졸업식마저 불참하는 일이 잦은 한국 대학교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죠.

졸업식장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 김미르 씨(23)와 박준상 씨(25)는 “일본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유학생들도 대부분 취업에 성공했다”며 “원하는 회사에 취업할 수 있느냐가 고민일 뿐 취업이 안 되는 졸업생은 보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다음달부터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중 한곳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딛는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종합상사는 한국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처럼 모든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어하는 선망의 대상이죠.

일본 대졸자 취업률은 한국에 비하면 경의적입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지난해 대졸자 취업률은 97.3%(취업 희망자 기준)에 달했습니다.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지난달 유효구인배율은 1.43이었습니다. 구직자가 1명일 때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은 1.43명이라는 얘기죠.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내년 일본 기업의 신규채용 규모는 올해보다 8.3% 늘어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단카이세대라 불리는 일본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대졸자 취업률이 높아진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경제지표는 확실히 살아나고 있습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집권한 4년 동안 주가는 2배 이상 뛰었고 20년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경제는 9%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은 수출이 10% 줄었지만 일본은 10% 늘었습니다. 아베 총리가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내세우며 법인세를 인하하고 수출에 유리한 고환율 정책을 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 덕택이죠.

이에 비해 한국은 올해도 취업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918개 상장기업은 올해 신규채용을 작년보다 5% 줄일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등 우울한 신조어는 아직도 유효합니다. 고즈넉한 1000년의 고도(古都) 교토에서 축제 분위기의 대학 졸업식을 보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끝) /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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