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해외 M&A 전쟁서 고개 숙인 대기업들 왜?

입력 2017-03-29 18:34
저금리 기조에 매물 몸값 상승
경쟁자들 과감한 베팅에 고배


[ 정소람 기자 ] ▶마켓인사이트 3월29일 오전 6시11분

대기업들이 잇따라 해외 대형 인수합병(M&A) 거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시고 있다. 글로벌 저금리를 바탕으로 과감한 가격 베팅에 나서는 해외 경쟁자들에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탄’은 풍부한 데 비해 우량 매물은 많지 않아 ‘매각자 우위 시장(seller’s market)’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국내 대기업들이 추진한 크로스보더 딜(국경 간 M&A)에서 해외 경쟁자와의 경합 끝에 탈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화토탈과 롯데케미칼이 뛰어들어 주목받은 싱가포르 주롱아로마틱스(JAC) 인수전에선 두 기업 모두 고배를 들었다. 한화와 롯데는 각각 본입찰에 참여해 1조원 초반~1조원 중반대 가격을 제시했으나 더 높은 가격을 써낸 엑슨모빌에 밀렸다. 엑슨모빌은 부채 인수가 아니라 전액 현금지급 조건으로 2조원에 달하는 가격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테크윈은 이달 초 지멘스의 가스터빈 사업부 인수전에서 막판까지 해외 기업과 접전을 벌였으나 가격 조건에서 밀려 탈락했다.

CJ그룹이 지난해 말 참여한 미국 냉동식품 업체 벨리시오 인수전도 마찬가지였다. CJ는 IB업계에서 적정가로 제시한 7000억~8000억원을 뛰어넘는 1조원가량을 제시했으나 태국 재계 1위 CP(차른뽁판)그룹 계열사가 10억8000만달러(약 1조2600억원)를 적어내 새 주인이 됐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전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시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유동성이 풍부해지자 인수 후보들이 과감한 가격을 써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수금융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쉬운 환경인 만큼 전략적 투자자(SI)뿐 아니라 사모펀드(PEF)들도 펀드 자금을 소진하기 위해 높은 가격을 베팅하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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