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유통가, 쇼핑 '알파고' 자랑하는데…현실은 글쎄

입력 2017-03-29 16:54
유통업계가 너도나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쇼핑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 도입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다 일부는 기존의 추천 서비스를 강화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아 기대감은 높지 않다는 평가다.

29일 롯데백화점은 IBM의 클라우드 인지 컴퓨팅 기술인 '왓슨 솔루션'을 이용한 AI 쇼핑 어드바이저 '추천봇'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쇼핑 도우미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도입은 빨라도 12월이 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이 한국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 지난해 12월, 프로젝트 태스크포스팀을 발족한 것이 지난 1월로 실제 개발에 들어선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이라 세계 최초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신세계와 SK플래닛도 각각 'S마인드'와 '챗봇'을 내세워 인공지능 쇼핑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이 역시 이미 여러 업계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맞춤형 광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평이다.

신세계는 기존 다이렉트 메일을 통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쇼핑 정보를 전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1:1 맞춤형 쇼핑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성별, 연령, 지역, 구매빈도, 장르별 구매주기, 최근 구매, 객단가, 선호 장르 등 100여개의 변수를 사용해 빅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통해 개인별 선호 브랜드 100개씩 총 5억개의 선호 브랜드를 매일 산출해낸다는 설명이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이미 구글과 넷플릭스, 아마존 등이 사용자 행동 패턴을 기반으로 제공하고 있는 맞춤형 광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에서도 네이버,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광고 시장에서는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서비스다.

신세계 관계자는 "아직 도입 초기이기 때문에 서비스가 한정적"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추가해 미래 구매패턴 등의 정보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플래닛은 11번가에 챗봇 '바로'를 도입했다. 11번가는 '딥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고객이 입력한 내용에서 최적의 답변을 찾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 품목에 대해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준이다. 바로가 대응 가능한 제품은 노트북, TV, 냉장고, 세탁기 등 10개 항목에 불과하며 이 역시 사양을 일률적으로 비교하기 좋은 전자 제품에 집중돼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온라인을 중심으로 몇 년 전부터 활발하게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라며 "새로운 서비스라기보다는 기존의 서비스를 보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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