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웃은 문재인·안철수…본선 대결하듯 벌써 '으르렁'

입력 2017-03-28 19:11
수정 2017-03-29 05:01
2012 단일화 이은 '리턴매치'?

문재인 측 송영길 "호남은 文 압도적 지지
안철수 지지는 일종의 격려" 견제구

안철수 측 박지원 "문재인 1등 되길 바랐다"
불법 조직동원 의혹 제기하며 공세

양자대결 점쳐지자 '기싸움' 돌입


[ 손성태 기자 ] 호남 경선에서 60%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본선 대결이 가시화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대세론을 굳혀가는 양상이다. 비문(비문재인) 측에서는 안 전 대표가 지지율 1위에 올라있다. 현재 지지율에서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에게 크게 밀리지만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면 탈락 주자들의 지지율을 안 전 대표가 일정 부분 흡수하면서 양강구도가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12년 후보 단일화 경선전에 이은 ‘리턴매치’를 앞두고 벌써부터 양측의 신경전이 불붙었다. 문 전 대표의 경선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의원은 28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호남은 압도적으로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있다”며 “안 전 대표에 대한 지지는 일종의 격려 의미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을 문 전 대표와 양자대결 구도로 단언한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송 의원은 “호남의 정서는 국민의당도 적폐청산을 위해 함께 갈 개혁 세력, 연정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호남의 열망인 정권교체 과업에 경쟁하면서 협력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송 의원은 정치권의 비문 연대 움직임에 대해서는 “‘쟤가 미운 사람들 모여라’ 이렇게 애를 왕따시키는 놀이를 하는 수준의 프레임으로는 대한민국을 끌고 갈 수 없다”며 “자기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끌고 갈지 비전을 보여주는 모임을 해야지, 왜 문재인을 반대하는 모임을 하나”라고 일축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제 간절히 문 전 대표가 1등이 되길 바랐다”며 “제가 볼 때 60% 선에서 끝난 것은 그렇게 큰 대승은 아니라고 본다”고 평가절하했다. 박 대표는 “문 전 대표는 자기 식구들이 60%를 지지해 준 것이고, (안철수 후보는) 국민이 65%를 지지해줬다는 차이를 갖고 봐야 한다”며 “문 전 대표는 자기 조직을 통해 선거인단을 등록했지만 우리는 순수한 국민이 걸어 나와서 투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표 캠프의 불법 조직동원 의혹 등을 제기하면서 날을 세웠다. 박 대표는 “호남에서 대학생 동원, 식사 접대, 돈 봉투 의혹 등 범법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이제 스스로 떠날 때가 됐다”며 “자제분에 대한 의혹도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현장 경선 참여자는 1395명이고, 국민의당은 9만명에 달했다”며 “민주당과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본선 외나무다리에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호남의 선택에도 불구하고 ‘문(文)-안(安)’ 양자 대결의 성사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문 전 대표와 1 대 1 구도를 만들려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단일후보와 연대하고 자신이 후보가 돼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