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정동 기자 ]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면 더 빨리 취한다는 속설이 있다. 양주와 맥주를 섞는 ‘양폭’, 소주와 맥주를 섞는 ‘소폭’이 국내 음주문화에서 활발한 것은 맛도 맛이지만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자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와도 연관이 있다는 게 애주가들의 얘기다.
술을 마시면 혀에서부터 시작해 장으로 내려가는 전 과정에서 알코올 흡수가 시작된다. 특히 위장과 소장에서 대부분의 알코올을 흡수한다.
알코올 도수가 12~14도 정도일 때 우리 몸에 가장 잘 흡수된다. 4도 안팎의 맥주와 40도가 넘는 양주를 양주잔 한 잔과 맥주잔 한 잔 비율로 섞어 마시면 몸에 흡수되기 쉬운 10~15도에서 알코올 도수가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알코올의 체내 흡수를 촉진한다. 또 맥주의 탄산 성분은 위벽을 팽창시키는 효과가 있어 알코올의 체내 이동과 빠른 흡수를 돕는다. 이는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폭도 비슷하다.
그렇다면 여러 종류의 맥주를 섞어 마셔도 빨리 취할까? 그렇지는 않다. 취한다는 것은 혈중 알코올 농도가 얼마나 높냐의 문제다. 술을 마시는 순서가 아니라 알코올 총량의 문제란 얘기다. 똑같은 양의 알코올 도수 5도짜리 A맥주와 4도짜리 B맥주를 마실 때 어떤 순서로 마시든, 섞어 마시든 취하는 데는 차이가 없다. 몸은 알코올 도수 4.5도의 맥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어떤 술이든 섞어 마시는 것보다 하나의 주종을 천천히 즐길 것을 권한다.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간에 독성이 많이 쌓이기 때문이다. 특히 서로 다른 술에 있던 불순물들이 반응해 혈관, 근육, 신경, 뇌세포 등의 중추신경계를 교란한다.
이 불순물은 위벽에도 달라붙어 취기를 더 오래가게 한다. 간이 해독하지 못한 알코올이 몸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위경련 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폭탄주를 마시면 다음날 숙취가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섞어 마실 때는 하나의 주종을 즐길 때와 달리 ‘원샷’으로 다량의 술을 입안에 털어 넣는 경우가 많아 그만큼 몸에 부담을 준다.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기업의 환율관리 필수 아이템! 실시간 환율/금융서비스 한경Mon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