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컨소시엄 구성안부터 내라" vs 금호 "조건없이 허용해야"
'조건부 허용' 결정
자금계획서 제출하면 재논의
박 회장측 응할 가능성 없어
정치권 "중국에 매각 반대"
[ 정지은 / 김일규 기자 ]
금호타이어 인수를 둘러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채권단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컨소시엄을 꾸려 우선매수청구권을 쓰게 해달라는 박 회장 요구에 ‘조건부 허용’이란 대답을 내놨다. 박 회장이 컨소시엄 구성안을 가져오면 그 내용을 보고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박 회장 측은 “조건 없이 컨소시엄 구성을 즉각 허용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갈등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컨소시엄 허용 둘러싼 의견 차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 내에 구체적이고 타당성이 있는 컨소시엄 구성안(자금계획서)을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한 안건이 가결됐다”고 28일 밝혔다. 조건 없이 박 회장의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하는 안은 채권단 찬성 비율이 75%를 넘기지 못해 부결됐다.
박 회장은 채권단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는 “컨소시엄 허용 안건은 부결시켜놓고 자금계획서를 제출하면 허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이율배반적인 결정을 이해할 수 없고 검토할 가치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컨소시엄 허용을 요청했지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채권단 논의도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입찰 참가자에 ‘우선매수권자의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확약서를 전달했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변함이 없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 “자금계획서 안 낸다”
이제 절차상 남은 것은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 행사에 앞서 채권단이 요구한 ‘조건’에 응하느냐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없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허용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자금계획서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 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박 회장의 컨소시엄이 사전에 허용되지 않으면 애초 돈을 빌려주겠다던 투자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올 것이라는 속사정도 있다. 채권단이 컨소시엄을 허용한다면 지분 투자에 참여하겠다는 전략적 투자자(SI)가 많다는 게 금호아시아나의 설명이다. 금호아시아나는 채권단의 매각 절차상 하자를 문제 삼아 법정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 와중에 박 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시한을 둘러싼 잡음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권 행사 가능’을 통보한 것은 지난 14일이다. 하지만 당시 통보에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주식매매계약 내용이 누락돼 있어 금호아시아나 측이 문제를 제기했다. 보통 우선매수권 행사 기한은 채권단 통보일부터 30일 내지만 주식매매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30일 내로 조정될 전망이다.
금호타이어 매각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지고 있다. 김종구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단순히 금액조건만 보고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한일, 프로텍 등 금호타이어 협력업체 60여곳도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금호타이어가 해외 기업에 매각되지 않도록 채권단의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지은/김일규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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