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영장심사 출석할까?
법원 직접 출석여부 미지수…구치소나 검찰 안에서 대기
검찰 '조기 결단' 이유는?
대선 영향 최소화 염두…내달 17일 전 재판 넘길 듯
[ 이상엽 / 구은서 기자 ]
‘자연인 박근혜’의 운명은 오는 31일 새벽 판가름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30일 오전 10시30분부터 321호 법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한다. 1997년 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된 이후 전직 대통령으로는 첫 대상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는 이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의 손에 달렸다.
강부영 영장전담판사 손에 달린 ‘朴의 운명’
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결정할 사람은 1974년생인 강부영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다. 서울중앙지법 소속 영장전담판사 세 명 가운데 가장 어리다. 제주 제일고와 고려대 법대를 나와 부산·창원·인천지방법원 등을 거쳤다. 창원지법에서 일할 때 공보 업무를 맡아 정무적인 감각을 갖췄다는 평을 듣는다.
강 판사는 지난달 법원 정기 인사 때 서울중앙지법으로 발령이 나 영장전담 업무를 맡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피의자를 심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23일 미성년자 성추행으로 파문을 일으킨 시인 배용제 씨(54)를 구속했다. 지난 2일에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1)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무고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여성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첫 영장심사 받는 전직 대통령
영장 심사 땐 대체로 피의자가 출석해 재판장에게 억울함을 호소한다. 당사자가 외부 노출에 부담을 느끼거나 굳이 법원 심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면 심문을 포기하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이 당일 법정에 출석할지는 불투명하다. 박 전 대통령이 심문에 나오면 변호인 입회하에 심문을 받는다. 부장판사 출신인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피의자가 영장실질심사에 나오지 않으면 검찰 쪽 주장에 무게가 실려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뇌물죄 등 혐의가 13개나 되는 데다 박 전 대통령이 대부분 부인하고 있어 영장심사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도 19시간이 지난 다음날 오전 5시30분께 결정됐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도 1995년 11월과 12월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당시엔 영장실질심사제도가 없어 서류 심사만 거쳐 구속됐다.
김수남 “내 운명이라 생각한다”
대기 장소는 법원이 판단한다. 통상은 구치소 또는 검찰청에 마련된 유치 장소에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린다. 박 전 대통령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하는 피의자는 일반적으로 검찰청에 마련된 장소에서 대기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사무실이 유치 장소로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로 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27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기로 한 기자단 오찬간담회 일정을 돌연 연기했다. 황 권한대행 측은 이날 오전 8시12분께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가 국정 상황과 관련해 연기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가 영향을 준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날 황 권한대행에게 영장청구 사실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을 임명한 전직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람은 김 총장이 처음이다. 김 총장은 주변 지인들에게 “(영장 청구는) 내가 판단해야 한다. 운명이라 생각하려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정치권이 이미 대통령 선거국면에 진입한 만큼 검찰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시점을 고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검찰은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인 다음달 17일 전에는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다는 방침이다.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 지지자들 집결
영장 청구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삼성동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정광용 국민저항운동본부 대변인은 공식 카페에 “지금 즉시 삼성동 박 대통령님 사저(자택)로!”라는 긴급 공지를 올렸다.
오전 11시30분께 10명도 채 되지 않던 지지자들은 오후 4시가 넘어서면서 1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비를 맞으며 “탄핵 무효” “구속 반대” 구호를 외치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상엽/구은서 기자 ls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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