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로이트안진 업무정지에 삼일·삼정·한영 '표정관리'

입력 2017-03-27 18:45
딜로이트안진의 기존 수임 130~140건 '나눠먹기' 할 듯

지정감사 배정 수혜도 누릴 듯


[ 이유정 기자 ]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1년간 상장사와 금융회사에 대한 감사업무 금지라는 중징계를 받으면서 삼일, 삼정KPMG, EY한영 등 경쟁 회계법인들이 반사이익을 볼 전망이다. 수년간 지속돼 온 회계업계의 ‘빅4 판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의 이번 제재로 안진과 감사계약이 만료된 회사는 외부 감사인을 교체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새롭게 감사인을 선임해야 하는 상장사는 유가증권 35곳, 코스닥 45곳 등 80개사에 달한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는 기아자동차 현대건설 현대위아 등 굵직한 대기업 계열사들이,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에는 CJ오쇼핑 인터파크홀딩스 메가스터디 등이 오는 5월까지 새로운 감사인을 찾아야 한다.

비상장 금융회사 숫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회사 투자자문사 등을 포함해 지난해까지 안진과 감사계약을 맺어 온 50~60개의 금융사가 신규 감사인을 찾아야 한다.

이처럼 큰 장이 열리자 삼일, 삼정, 한영 등 경쟁 회계법인들은 감사 부문 인력을 총동원해 새 고객 잡기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자산 및 매출규모가 큰 기아차의 경우 연간 감사보수가 10억원에 달한다. 상장사 감사계약은 3년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이상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게 회계업계 설명이다.

안진이 지정감사를 못하게 된 데 따른 반사이익 역시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기준 지정감사 대상으로 선정된 상장 및 비상장회사는 514개로 이 가운데 54개사를 안진이 맡았다. 올해는 경쟁 회계법인들이 정상적으로 배분받는 지정회사 이외에 50개 이상을 추가로 나눠 배분받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지정감사는 자유수임에 비해 감사보수가 1.5~2배가량 높다”며 “제재에 따른 벌점이 적은 삼일이나 한영회계법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정감사 물량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시장에 새롭게 나온 감사물량을 어느 회계법인이 얼마만큼 가져가느냐에 따라 회계업계 순위가 바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016회계연도 기준 삼일의 매출은 4757억원, 안진 3006억원, 삼정 3004억원, 한영 1863억원이다. 감사 부문만 따져보면 삼일 1710억원, 삼정 1174억원, 안진 1050억원, 한영 736억원 순이다.

안진의 감사 부문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삼정이나 한영이 새로운 물량을 많이 가져가면 2, 3위 간 격차가 벌어지거나 3, 4위 간 역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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