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만의 우승인데…'챔피언 퍼트' 안한 까닭은?

입력 2017-03-27 18:03
"미정 언니 퍼팅라인에 걸려서"…우승 세리머니보다 동반자 먼저 배려


[ 이관우 기자 ] 이미림(27·NH투자증권)은 선후배 골퍼들과 두루 친하다. 꾸미지 않는 무던한 성격 덕분이다. 비슷한 스타일인 양희영(28·PNS창호)과는 대회장에서 자주 숙식을 같이할 정도로 친자매 같은 사이다. 이미림의 매니지먼트사인 리한스포츠의 서승범 이사는 “말수도 적고 화려하지 않은 성격이지만 속마음이 깊은 친구”라고 귀띔했다. NH투자증권 측은 “몇 년간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하게 제 갈 길을 가는 모습을 좋아하는 팬이 많아 5년째 후원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미림의 ‘깊은 속’은 27일(한국시간) 열린 LPGA 기아클래식대회 18번홀 마지막 퍼팅에서도 드러났다. 2년5개월 동안 간절히 바라던 우승인데도 ‘챔피언 퍼팅’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미림은 마지막 버디 퍼팅이 홀컵 왼쪽에 바짝 붙은 채 무산되자 곧바로 ‘탭인 홀아웃’을 했다. 이 때문에 동반자가 모두 홀아웃할 때를 기다려 맨 마지막에 우승퍼팅으로 마무리하는 ‘감동적’ 장면은 연출되지 않았다. 퍼팅이 아직 남아 있던 한 살 터울 언니 허미정(28·대방건설)을 먼저 배려했기 때문이다.

우승 축하 물세례를 해주던 유소연(27·메디힐스)이 “왜 챔피언 퍼팅을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로 이미림에게 묻자 그는 “언니 (퍼팅)라인에 걸려서…”라고 했다. 멋진 우승 세리머니보다는 동반자의 퍼팅 라인을 밟지나 않을까 걱정부터 한 것이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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