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최소 투자금 50만달러→135만달러로 대폭 상향 추진
발급비자 84%가 중국인…자본유출 통제 겹쳐 '전전긍긍'
[ 뉴욕=이심기 / 베이징=김동윤 기자 ] 미국 투자이민 문턱이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황금비자’로 불리는 미국 투자이민 비자를 싹쓸이해온 중국 부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공화당이 투자이민 금액을 현행 50만달러에서 135만달러(약 15억원)로 두 배 이상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7일 보도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2016회계연도(2016년 10월~2017년 9월) 투자이민 신청 기한이 끝나는 다음달 의견 수렴을 거쳐 구체적인 금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미국 영주권(그린카드)을 받을 수 있는 미국 투자이민 비자(EB-5) 제도는 중국 부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였다. 2015회계연도 기간 발급된 투자이민 비자 9764개 중 84%에 달하는 8156개를 중국이 차지했다. 비자 신청과 발급을 대행하는 중국 내 회사만 900개에 달한다.
미국은 투자이민 비자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140억달러에 이르는 투자금을 유치했고, 일자리 20만개를 창출하는 경제효과를 얻었다. 투자금 대부분이 뉴욕 맨해튼을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의 부동산 투자 프로젝트에 유입되면서 부동산업자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혜택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투자이민에는 건당 10개 일자리를 2년간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고급 아파트와 호텔 등 부동산 프로젝트에 유입된 투자이민 자금은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가 이를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되면서 미국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는 데 기여했다. 뉴욕 인근 저지시티에 들어선 트럼프타워에도 이 자금이 들어갔다.
이런 이유로 트럼프 정부가 투자이민 제도를 손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으나 결국 조건을 까다롭게 하기로 했다. 금액이 대폭 상향 조정되기 전인 다음달 말까지 투자이민 신청서를 제출하려는 중국 부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진 배경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가 외화 해외송금 액수를 1인당 5만달러로 제한해 투자이민 금액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중국 내 비자업무 대리인들은 해외에 재산이 없는 고객에게 여러 사람의 이름을 빌려 분산 송금하는 일종의 자금세탁 기법인 ‘스머핑’까지 권하고 있다.
한편 세계에서 자수성가한 여성 갑부가 가장 많은 나라는 중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경제전문지 차이신은 후룬연구소 자료를 인용해 세계 각국의 자수성가형 여성 갑부 88명 중 56명(64%)이 중국 여성이었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국 정부가 1979년부터 시행한 ‘한 자녀 정책’ 영향으로 여성들이 육아 부담에서 벗어나고 여아(女兒)에 대한 교육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후룬연구소는 분석했다.
뉴욕=이심기/베이징=김동윤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