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서 자며 민심 청취
"어르신들과 말씀 나누다보니 그게 다 에너지가 됐어요"
'문재인의 호남특보' 별명까지…"현장 민심 포장 않고 전달
내가 어떤 소리 듣고 오는지 남편이 더 기대하고 묻더군요"
눈에 띄지 않게 '조용한 행보'…목포 토크콘서트 2시간 참석
공식 소개없이 자리 지켜…뒤늦게 알아본 사람들과 '셀카'
[ 은정진 기자 ]
“아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알고 왔어요?”
25일 오후 전남 목포시 용해동에 있는 목포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인 김정숙 씨(63)는 기자를 보자마자 수줍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색 정장 재킷에 회색 바지 차림이었다. 왼쪽 가슴엔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 리본을 단 김씨는 수행원 한 명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김씨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주최로 열린 ‘광주전남 청년기업가 500인, 차기정부에 바란다’ 토크콘서트에 참석해 두 시간 동안 자리를 지켰다. 김씨는 “딸과 아들에게서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자주 듣는다. 나뿐만 아니라 재인씨도 평소 청년 문제에 깊이 공감한다”며 “일자리 공약과 중소기업 지원 정책, 혁신도시 정책 등 청년에게 구체적인 도움이 되는 방법을 알고 싶어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마침 진도 앞바다에서 인양돼 목포신항으로 옮겨지는 세월호에 대한 안타까움부터 털어놨다. 그는 “3년 전 참 마음 아프게 했던 세월호가 이곳 목포로 옮겨질 것이라고 들었다”며 “미수습자 부모님들과 아픔을 같이하고 지난 3년의 잔혹했던 세월을 가슴에 묻고 이제 희망으로 바꿔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행사 내내 김씨에 대한 소개는 없었다. 사전에 그렇게 요청했다. 행사장에도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입장했다. 시민 20여명이 이내 김씨를 알아보고 박수를 치며 그를 맞았다. 한 여성 참석자가 “지난번 오셨을 때보다 더 예뻐지셨어요. 올 때마다 젊어지시네요”라며 김씨의 손을 잡았다. 김씨는 “작년 추석 지나 호남행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자주 찾아온 지역 중 한 곳이 목포”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인천 강화군에서 태어난 ‘강화도의 딸’이다. 그런 그가 지난해 추석부터 7개월 동안 매 주말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았다. 지난 대선 때 호남의 많은 이가 문 전 대표를 도왔지만 정작 호남을 얼마나 이해하고 도왔는지 몸소 느껴보고 싶어서다.
집을 떠나면 잠을 잘 못 자는 그가 매주 마을회관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오겠다고 ‘폭탄선언’을 하자 문 전 대표가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김씨는 “(문 전 대표가) 처음 몇 번 다니다 말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라며 “한 달, 두 달 지났는데도 빠지지 않고 내려오자 나중엔 놀라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7개월간 호남의 섬까지 돌며 민심을 들은 김씨는 호남에서 들은 얘기를 ‘보약’이라고 표현했다. 7개월 동안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몸은 물론 마음까지 건강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작은 마을의 어르신들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누다 보면 보약 같은 얘기를 많이 해주신다. 그게 다 내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매주 방문한 덕에 ‘문재인 호남특보(특별보좌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김씨는 쓴소리까지 문 전 대표에게 그대로 한다고 했다. 그는 “남편에게 포장하지 않고 말한다. 그게 바로 민심”이라며 “호남을 다녀온 날 밤 빠짐없이 얘기해주는데 언젠가부턴 남편이 내가 어디를 가고, 어떤 소리를 듣고 오는지 더 기대하고 묻더라”고 했다. 경선전이 본격화하면서 김씨는 그나마 단출했던 공개 일정마저 축소하거나 없앴다.
행사가 끝나고서야 김 위원장이 청중에게 김씨를 소개했다. 김씨는 문 전 대표의 팬이라는 참석자 50여명과 20여분간 스마트폰으로 ‘문재인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행사를 마친 김씨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어딜 가느냐’는 기자 질문에 김씨는 “목포역으로 이동해 곧장 서울에 간다. 비공개 일정”이라고 했다. 기자가 “무슨 일정이길래 그리 급하게 가느냐”고 거듭 묻자 김씨는 “4박5일 동안 너무 바빠 제대로 얼굴 한 번 못 본 분을 만나는 아주 중요한 일정이다. 하하. 문재인 만나는 일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목포=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