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선 기자 ]
지난 23일 공무원들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생태계 이해를 돕기 위한 ‘정부 스타트업을 만나다’ 행사가 행정자치부 주최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렸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황승익 한국NFC 대표 등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털(VC)을 운영하고 있어 한국 모태(母胎)펀드(정부가 기금 및 예산을 VC에 출자한 ‘상위의 펀드’)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황 대표는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을 운영하면서 각종 규제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 ‘쓴소리’를 해줄 만한 사람들이 공무원들과 마주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는 130여명의 공무원이 모여 보조의자까지 놔야 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임 센터장은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설명하며 “단기적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단기적인 정부 지원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네거티브(원칙 허용, 예외 금지) 규제 시스템 도입을 통해 스타트업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공무원의 솔직한 고백은 참가한 패널들과 청중의 가슴을 꽉 막히게 했다. “사실 담당자들은 멀리 보고 보조나 지원을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윗분’들이 있고 그 결과에 의해서 지원금이 나가니… 어렵습니다.”
공무원 스스로도 1~2년이면 보직이 바뀌고, 대통령도 5년마다 바뀌는 구조에서 장기적 관점의 스타트업 육성은 불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자신의 임기 때 사고를 막기 위해 규제를 줄이기는커녕 더 늘리고, 무조건 임기 내 성과를 강요하는 시스템은 몇 번의 정권을 거치면서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구(舊)경제 국가’로 분류되는 프랑스, 영국조차도 스타트업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스타트업이 아니면 중공업, 장치산업의 몰락을 대체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이스라엘의 자율주행 스타트업 ‘모빌아이’가 인텔에 153억달러(약 17조원)에 인수된 건 한국 스타트업 업계에선 충격이었다. 우리는 언제까지 부러워만 해야 할까. 시간이 별로 없다.
남윤선 IT과학부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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