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군항제, 철길 따라 꽃 터널…여좌천·드림로드는 꽃대궐
하동 화개십리길, 꽃잎 질 무렵, 섬진강변 노을 보았는가
제주 왕벚꽃축제, 까마득한 하늘에서 분홍색이 쏟아집니다
교토 기요미즈데라. 오래된 그림 같은 천년고찰 거닐다
도쿄 스미다강, 푸짐한 별미와 공연 즐기는 뱃놀이
나라현 요시노, 산 전체가 옅은 분홍 불타는 파노라마
한국의 벚꽃 명소일본의 벚꽃 명소
세상은 격변해도 어김없이 봄은 오고 다시 벚꽃 피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시름과 좌절, 환희 등 이 봄을 맞는 감상이 여러 가지더라도 순결한 꽃 앞에서 모든 것을 내려놨으면 좋겠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하얗고 여린 벚꽃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통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주변의 풍경마저 바꾸어 놓습니다. 한반도 곳곳에 벚꽃의 계절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일본인도 벚꽃을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일본인은 벚꽃을 주군을 위해 싸우다 죽는 사무라이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에는 외국인 관광객도 찾아올 만큼 유명한 벚꽃 명소가 많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벚꽃 명소를 소개합니다. 이 유혹적인 꽃을 따라 벚꽃 여행 한번 떠나보실래요?
최병일/김명상 기자 skycbi@hankyung.com
국내 최고의 절정 진해 벚꽃길
경남 진해엔 벚꽃명소가 많지만 그중 경화동에 있는 간이역인 경화역은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벚꽃이 만발한 철길 위로 흩날리는 꽃잎들이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철길 따라 쭉 펼쳐진 벚나무가 터널을 이뤄 벚꽃 시즌이면 수많은 사진작가가 모여든다.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와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인 경화역에서 세화여고까지 이어지는 약 800m의 철로변 벚꽃은 여좌천보다 한가하게 벚꽃을 즐길 수 있어 연인과 가족단위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다.
또 다른 명소는 여좌천이다. 여좌천에는 작은 다리가 하나 있는데 ‘로망스 다리’라고 불린다. MBC 드라마 ‘로망스’에서 주연배우 김재원과 김하늘이 진해 군항제를 구경 와서 처음 만난 곳이다.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다리는 ‘로망스 다리’라는 이름을 얻었고 관광명소로 급부상했다. 진해와 창원을 잇는 안민터널 위 산으로 오르는 일명 드림로드는 내딛는 발길마다 벚꽃이 만발했다. 벚꽃 사이로 홍매화와 복사꽃이 섞여 있어 울긋불긋 꽃대궐이 차려졌다.
진해 군항제 2017 벚꽃축제가 4월1~10일까지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전역에서 열린다. 전야제와 개막 행사, 진해 군악의장 페스티벌 등이 도심의 만개한 벚꽃과 어우러진다. 여좌동 ‘로망스 다리’ 일대에는 루미나리에, 레이저쇼 등 화려한 불빛이 연출된다. 진해루에서는 ‘멀티미디어 불꽃쇼’가 펼쳐져 야간 벚꽃 투어를 하는 관광객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한다. 창원시청
사랑 느껴지는 화개 10리 벚꽃길
경남 하동군 화개에는 벚꽃이 십리에 날린다. ‘화개 10리 벚꽃길’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약 6㎞ 구간을 가리킨다. 1931년 화개면 주민들이 벚나무 1200그루를 심은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 특히 사랑하는 청춘남녀가 손잡고 이 길을 걸으면 백년해로한다고 해 일명 ‘혼례길’로도 불리며 연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매년 봄이면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가는 국도는 어질어질하다. 전국에서도 알아준다는 벚꽃 군락지. 가지와 가지가 맞닿은 벚나무 터널은 멀리서도 단박에 눈에 띈다. 초입에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는 간판이 서 있다.
쌍계사를 기점으로 다시 거슬러 화개장터로 나오면 섬진강과 만난다. 뉘엿거리며 땅거미가 주위를 조용히 에워싸기 시작한다. 화개의 벚꽃은 필 때도 아름답지만 지는 모습을 보면 평생 잊지 못한다. 벚꽃은 마치 비처럼 떨어져 내린다. 그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화사하기도 해서 복잡한 마음이 들게 한다. 올해 ‘화개장터벚꽃축제’는 벚꽃이 벙글거리기 시작하는 4월1~2일 화개면 맥전길에서 펼쳐진다. 지난해보다 축제규모가 줄었다. 축제 기간 길거리 씨름대회, 읍면별 장기자랑이 이어지며 하동녹차 및 농특산물 홍보관도 운영된다. 또한 화개마을 사람들이 직접 생산한 지리산의 향긋한 봄나물을 맛볼 수 있으며 은어회, 재첩국, 참게탕 등 향토음식도 판매한다. 화개면 청년회
제주의 자랑 왕벚나무 벚꽃길
살랑살랑 바람이 일렁이면 꽃비가 내린다. 나뭇가지 위에서나, 떨어지는 순간에나 화사하게 자태를 뽐내는 벚꽃. 벚꽃이 만개하는 4월의 제주에는 곳곳마다 사람들의 탄성도 만개한다. 특히 제주의 벚꽃은 더 크고 탐스러운데 벚꽃의 원조인 왕벚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제주대 입구는 대표적인 왕벚나무 벚꽃길로 축제 때면 사람들이 북적인다. 왕벚꽃 자생지로 유명한 관음사에는 왕벚나무 자원화와 명품숲 조성을 위해 모본으로 삼은 ‘기준어미나무’가 있다. 나무 형태가 웅장하고 꽃 모양이 아름답다. 왕벚꽃은 아니지만 위미 1리에서 2리로 이어지는 위미리 일주도로도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취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벚꽃길이다. 31일~4월9일 제주 전농로, 제주대 입구, 애월읍 장전리 일대에서 ‘제주에서 펼치는 새봄의 향연’을 주제로 제주왕벚꽃축제가 열린다.
일본의 벚꽃 명소
기요미즈데라 - 오랜 역사와 벚꽃이 어우러진다
벚꽃 천지인 일본에서도 교토는 대표적인 벚꽃 명소로 꼽힌다. 4월의 교토에선 온통 꽃 축제가 벌어진다. 천년고도의 교토가 핑크빛 벚꽃 물결에 휩싸일 때면 무뚝뚝한 도시가 함박웃음을 짓는 듯하다. 교토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는 우리나라에는 청수사(淸水寺)로 잘 알려진 기요미즈데라다. 오래된 목조건물과 어우러진 경내를 걸으면 그림에 들어간 듯한 착각도 든다. 특히 벚꽃 개화 기간에 맞춰 열리는 야간개장 행사는 인기 만점. 벚꽃과 조명이 어우러진 기요미즈데라의 모습은 화려하게 치장한 게이샤를 연상케 한다. 올해 야간개장일은 4월9일까지며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이어진다.
복잡한 곳이 싫다면 기요미즈데라에서 북쪽으로 3.8㎞ 떨어진 곤카이코묘지(kurodani.jp/en)로 가보자. 혼잡하지 않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벚꽃 명소로 약 1000년 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절이다. 넓은 경내에는 커다란 벚나무가 많아 봄마다 꽃축제가 벌어진다. 절이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교토 거리나 저녁노을의 전망을 보기에도 좋다. 해 질 무렵에 방문하면 오렌지색으로 물든 벚꽃과 교토의 풍경을 내려다보며 로맨틱한 분위기에 젖을 수 있다.
스미다강 - 선상공연과 함께 꽃놀이를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도쿄의 동쪽을 흐르는 스미다강 양 기슭에선 벚나무 약 330그루가 활짝 꽃을 피운다. 특별한 벚꽃놀이를 원한다면 ‘야카타부네’를 타보자. 야카타부네란 다다미와 지붕이 있는 배를 말하는데 선상에서 식사와 공연을 즐기며 강가에 핀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야카타부네 식사는 배에 따라 메뉴와 가격이 다르다. 요금은 1인당 1만엔 정도면 코스 요리와 무제한 음료가 제공된다. 15~20명 이상 인원이 이용한다면 일행만 승선할 수도 있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지는 전통예능을 감상할 수 있는 야카타부네도 있다. 그중 하나인 ‘난킨타마스다레’는 대나무를 짜서 만든 발을 사용해 펼치는 전통예능이다. 연기자가 대나무로 만든 발을 가지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대나무 발로 낚싯대, 다리, 버들, 깃발 등의 모양을 만든다. 일본어를 몰라도 재미난 공연을 즐길 수 있어서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다. 배를 타는 동안 높이 634m의 탑인 ‘도쿄 스카이트리’도 선상에서 볼 수 있다. 자세한 정보는 야카타부네 도쿄도 협동조합 참조.
요시노 산 - 벚나무 3만그루 꽃대궐
나라현 중부에는 산 전체가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요시노 산이 있다. 약 3만그루의 벚꽃 나무가 산등성이부터 계곡까지 꽉 채우고 있어 봄마다 산 전체가 옅은 분홍색으로 물든다. 산 아래서부터 4개 구역으로 나누는데 시모센본(아래쪽 천 그루), 나카센본(중간 천 그루), 가미센본(위쪽 천 그루), 오쿠센본(안쪽 천 그루)이라고 부른다. 벚꽃 물결은 4월 초 시모센본을 시작으로 4월 말까지 산 위로 퍼져 나간다. 특히 나카센본에는 ‘고로베차야’라는 광장이 있는데 이곳에서 360도로 펼쳐지는 벚꽃의 파노라마를 볼 수 있다.
요시노 산은 벚꽃뿐 아니라 사적 가치도 높다. 요시노야마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긴푸센지에 닿는다. 긴푸센지의 본당인 자오도는 16세기 말에 재건된 것으로 해발 365m에 있으며 높이가 34m에 달하는 거대한 목조건물이다. 벚꽃을 보면서 사찰의 고즈넉함을 함께 만나고 싶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다. 자세한 정보는 나라현 관광정보 참조.
벚꽃의 원조는 한국
일부에선 벚꽃이 ‘일본 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벚꽃의 원산지는 한국이다. 원산지 판단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생 여부다. 누군가가 옮겨 심었는지, 스스로 자랐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본 학자들은 일본 내에서 왕벚나무의 자생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에서 발견된 자생 벚나무는 200여그루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벚꽃의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사실은 일본 학자의 연구로도 드러난 바 있다. 1932년 일본 교토대의 고이즈미 겐이치 박사는 일본식물분류지리지 상권에서 일본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라고 밝혔다. 한국에서 가져간 벚꽃이 일본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것. 우리가 일본에서 벚꽃놀이를 하더라도 꺼림칙할 이유가 전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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