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이상 얽매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 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 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밤 하늘 아래로
- '제주도의 푸른 밤'(Ver. 성시경)
홍 차장: 요즘 몸이 왜 이렇게 피곤하냐
김 과장: 전 월요일부터 항상 금요일 체력이예요.
홍 차장: 남편은 피곤에 절어 사는데
우리 와이프는 오늘 친구들하고 제주도 갔다.
김 과장: 여행 가셨나보네요. 차장님도 이 기회에 자유를 즐기세요.
홍 차장: 뭔 자유. 오늘 갔다 오늘 온대. 밥 먹고 차마시고 바람 쐬고
저녁에 온다는 데, 그게 되나.
그게 된다. 뭐든 다 되는 유시진 대위가 아니라 평범한 홍 차장 아내도 그 어려운 걸 해낸다. 서울에서 비행기 타고 제주도 가서 밥 먹고 바람 쐬는 '당일치기' 여행 말이다.
최근 젊은 직장인과 주부, 대학생들 사이에서 제주 당일치기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저비용항공사(LCC)가 보편화하면서 평일 편도 기준 1만원 아래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게 돼 시간은 물론 비용 부담도 줄었기 때문이다.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면 항공권과 렌터카, 주요 관광지 입장료도 더욱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주요 포털사이트 블로그와 여행카페에는 '10만원에 다녀오는 제주 당일치기' '10만원으로 제주도 하루만에 갔다오기' 등의 후기글이 종종 올라온다.
[한경닷컴] 유통·소비팀 권민경·김아름 기자는 제주 당일치기 여행, 어느 정도 비용이면 가능할 지 직접 다녀와봤다.
◆ 항공권 5만원 이하 예약 '필수'
제주도를 당일로 저렴하게 갔다 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경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항공권 구입이다.
항공사와 여행사 등 항공권을 판매하는 여러 사이트가 있지만 가격 면에서 효율적인 건 소셜커머스.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여러 사이트를 확인해가며 특가 상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의 항공권이 싸게 풀리길 기대하기보다는 여행 계획을 특가 항공권에 맞추는 편이 빠르다.
는 티몬 항공권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1인 기준 왕복 5만원에 김포~제주 항공권을 구입했다. 가는 편은 이스타항공, 돌아오는 편은 진에어다.
반짝 올라오는 9000원대 특가를 놓치지 않는다면 3만원 후반대에도 왕복 항공권을 구입할 수 있다.
제주에서 김포로 오는 비행편은 가격대별로 시간이 다양하지만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경우는 가격 차이가 큰 만큼 당일치기를 위해서는 7시 이전 출발하는 비행편을 타는 것이 좋다.
◆ 평일 경차 기준 렌터카 1만원 선
항공권 구입과 함께 소셜커머스를 통해 렌터카도 예약했다. 평일 경차 기준으로 하루 렌터 비용은 보험을 포함해 1만원 선이다. 한 번쯤 타보고 싶었던 '레이'를 1만원에 손쉽게 예약했다.
소셜커머스를 통한 렌터카 예약은 선택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가격과 차 상태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왕복 항공권 구입과 렌터카 예약까지 마치면 제주 당일치기 여행을 위한 준비의 절반 이상은 마친 셈이다.
예약 상태를 몇번씩 확인하며 며칠을 보낸 뒤 드디어 제주로 출발.
는 오전 6시25분 출발하는 제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아직은 바람이 쌀쌀한데다 이른 시간이니만큼 공항도 한산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아뿔싸'.
최근 김포공항은 제주 여행을 가는 직장인, 대학생, 등산객들이 몰리면서 성수기 못지않게 북적인다. 게이트 인근 편의점은 물건을 사려는 여행객들이 몰리면서 줄을 서서 입장할 정도다.
김포에서 제주로 가는 LCC 역시 아침 첫 비행기부터 만석이다. 비행기 출발 시간 허둥대지 않으려면 평소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 고기국수 배 채우고 놀멍쉬멍 관광
는1시간여 비행 끝에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이제부터는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느냐가 관건이다. 당일치기를 감안하면 제주공항에서 멀리 떨어진 곳보다는 제주시를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게 좋다.
렌터카 업체에 들러 당일치기 여행의 동반자가 되어 줄 '레이'를 수령하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고기국수집. '한라산도 식후경'이라 했지 않은가.
제주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고기국수집 가운데 한 곳을 찾아 맛봤다. 역시 소문을, 아니 블로그글을 함부로 믿어서는 안된다.
고기국수는 대부분 한 그릇에 7000원인데 이 가격이면 인근 동문재래시장 안 5000원짜리 고기국수를 먹는 게 낫다.
국수를 먹고 입가심을 위해 스타벅스에 들렀다. 제주도까지 가서 무슨 스타벅스냐고, 모르는 말씀. 제주 스타벅스에는 매 시즌마다 오직 제주도에서만 마실 수 있는 메뉴가 나온다.
'제주 꿀 땅콩 라떼'와 '제주영귤 그린티'는 6000원이 조금 넘는 비싼 가격이지만 한번쯤 사치를 부려 마셔볼 만 하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겠다, 본격적인 관광에 나섰다. 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는 제주 바다를 가장 빨리 볼 수 있는 용두암이 있다.
용머리 형상을 하고 있는 이 바위 높이는 10m로, 용이 승천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설이 있다.
용두암에서 용연계곡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로 바다를 끼고 산책하기 좋다. 날씨가 좋다면 30분 정도 걸어 2km 떨어진 동문재래시장까지 가보는 것도 괜찮다. 갖가지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한라산을 등반할 생각이라면 다른 코스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제주공항에서 한라산까지는 차로 40분, 버스로 50분 거리다. 한라산 대신 성산일출봉이나 용눈이오름을 선택하면 30분이면 오를 수 있다.
◆ 점심은 제주 갈치조림…2만원 선
여행지에서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뱃속 시계는 어느 새 점심을 먹어야 할 때라고 울려댄다. 제주도에 간 이상 향토 음식 하나쯤은 먹어야 할 것 같다.
이 택한 것은 갈치조림. 서울에서는 부담스러웠던 갈치조림도 제주에서는 나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맛볼 수 있다.
제주 시내 또는 공항 근처 갈치조림 식당은 1인분에 2만~2만2000원 선이다.
좀더 제주스러운 음식을 먹고 싶다면 보말죽과 보말칼국수를 추천한다. 제주도산 고둥을 넣어 끓인 죽과 칼국수는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다. 가격은 9000원~1만원 선이다.
점심 먹은 걸 소화도 시킬 겸 벽화마을 두맹이 골목을 찾았다.
이 골목 일대는 제주시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었지만 지난 몇년 간 다양한 미술 작품들이 주택가 담장을 수놓으면서 문화 명소로 거듭났다. 골목 어귀 어딘가에서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친구를 만날 것 만 같다.
◆ '꿀땅콩라떼' 또는 '쌀다방라떼' 달콤
두맹이골목을 빠져나오니 서울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1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 제주에서 유명하다는 '쌀다방라떼'를 먹으러 갔다. 스타벅스 꿀땅콩라떼를 먹었다면 굳이 비슷한 메뉴보다는 바다 경치를 볼 수 있는 예쁜 카페에 가서 힐링하는 것도 좋다.
다만 한 잔 5000원인 쌀다방라떼는 단언컨대 꿀땅콩라떼보다 훌륭하다. 동문재래시장에서 빻아온 곡물과 우유, 에스프레소를 넣어 고소하면서도 달콤하다.
공항 근처로 돌아와 렌터카를 반납하고 3시40분 김포로 출발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김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4시45분, 아직 퇴근길 교통 정체가 시작하기 전이다.
친구들과 바람 쐬고 온 홍 차장 아내도 집으로 돌아가 퇴근하는 남편을 맞이할 수 있다.
는 남편과 아이가 기다리는 집으로
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유유히 제 갈길을 갔다.
짧고도 길었던 제주 '당일치기' 여행. 한번쯤은 마음 내키는대로 훌쩍 떠나보는 것도 괜찮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여행객들의 여행 행태는 '계획'보다는 '즉흥여행'이 대세다. 이 항공사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리 여행 계획을 세우지 않거나, 떠나고 싶을 때 바로 항공권을 구입한다는 사람들이 약 44%에 달했다.
권민경/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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