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중 사드 경제전쟁, 중국의 손해가 더 크다

입력 2017-03-23 17:34
한국 중간재 없이는 중국도 공장 못 돌려
중국 큰소리는 '경제 무지'에서 비롯된 허세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빌미로 한국에 가하는 경제보복이 점입가경이다. 유커의 단체관광을 막고, 한국 상품을 부수고 불태우는 등 불매 퍼포먼스를 곳곳에서 벌인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전방위 세무조사에다 중국 내 매장 99개 중 87개가 영업정지를 당했다. 관영 매체들은 연일 험한 어조로 한국을 때리고 심지어 유치원생 강아지까지 동원해 반한(反韓) 감정을 부추긴다. 치졸한 ‘불량 대국’의 끝판을 보여주는 듯하다.

중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국내에선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중국 관광객이 작년 800만명에서 올해 400만명 밑으로 반토막 날 것이라고 한다. 중국의 보복조치가 단체관광 통제, 비관세장벽 강화를 넘어 자본시장 철수, 수출입 통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추가 경제제재 시 제조업 수출과 면세점·관광 매출 등이 약 23조원(약 200억달러) 줄 것이란 전망이다. 보복 장기화 우려까지 나온다. 가히 ‘공중증(恐中症)’이다.

물론 이런 우려가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중국경제 추락, 위안화 절하 등 중국 리스크 노출도가 오만, 싱가포르에 이어 3위다. 하지만 사드 보복이 한국에만 치명타일까. 양국 간 분업구조를 보면 오히려 중국의 타격이 더 크다는 분석도 많다. 중국의 최대 수입국은 한국이다. 지난해 1587억달러를 한국에서 수입했는데 90%가 중간재와 부품이다. 한국산 반도체 화학소재 등을 들여다 가공해 세계로 수출하는 구조다. 이달 들어 사드 보복을 강화하는 와중에도 한국의 대중 수출은 16%나 늘었다. 중국이 주로 불매운동 등 ‘과시형 보복’에 주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또한 중국에 나간 약 3만개 한국 기업이 떠난다면 중국에는 대재앙이 된다. 한 곳당 100명씩만 잡아도 줄잡아 300만명의 실업자가 생긴다. 방한하는 유커가 급감해도 일본 동남아 등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급증세다.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신형대국’을 자처하면서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주변국과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켜왔다. 시진핑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자유무역을 내세우고, ‘시장경제국’ 지위를 얻겠다면서 한국에만 북핵 방어용 사드를 빌미로 온갖 보복을 가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옹졸한 중국’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사드 보복을 강화하고 지속할수록 중국에는 득보다 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어제자 사설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자해적 행동’이라고 비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문제는 사분오열된 국내 정치권이다. 합심해 대처해도 모자랄 판에 유력 대선주자라는 이들이 사드 배치를 차기 정부로 넘기거나 철회하라고 주장한다. 적전분열이 따로 없다. 중국은 1990년대 마늘파동으로 재미를 봤기에 사드도 경제보복으로 밀어붙여 한국 차기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다. 여기서 굴복하면 나중에는 더 센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일본은 센카쿠열도 분쟁으로 중국의 경제보복을 당했지만 희토류 자체 개발 등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단기 피해가 있더라도 차제에 중국이 재채기하면 독감에 걸리는 경제구조를 일신할 때다.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여 국제관계를 대하면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