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칙 강조한 검찰, 박근혜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

입력 2017-03-23 14:02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구속 또는 불구속) 방향을 고민 중인 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원칙론을 23일 밝혔다.

전직 대통령 수사에서 검찰이 원칙에 따른 결정을 강조한 만큼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검찰을 이끄는 김수남 검찰총장이 23일 출근길에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고위 관계자도 앞서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하겠다는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과 원칙에 따른다'는 것은 세간의 이목이 쏠린 사안에 대해 정도(正道)를 가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검찰 등이 사용하는 수사(修辭)다.

이번 사안은 박 전 대통령 외에 공모자로 지목된 인물 가운데 수사가 끝난 관련자들이 많다는 점에서 '법과 원칙' 발언의 체감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우선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국정에 개입하고,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이미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뇌물 공여자로 지목된 이 부회장,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지원한 혐의를 받는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구속기소 됐다.

또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일명 '블랙리스트') 정책을 실행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역시 영어의 몸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서 파악된 대부분의 범죄 혐의(13가지)에 박 전 대통령은 공범으로 지목된 상태다. 비위의 '정점'으로도 평가받는다.

검찰은 SK나 롯데 등 대기업에 관해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에 출연한 것이 기업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과 사실상 '거래'한 것이라는 수사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에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발언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불구속 기소 카드를 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영장 청구가 유죄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대선 국면에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점, 늦었지만 수사에 협조적으로 나온 점 등을 고려해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르면 내주 초께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병처리 결정이 늦어지면 그 자체가 정치적 결정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선거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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