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플러스] 분할 앞둔 현대重, 분할전 차익실현 vs 보유

입력 2017-03-23 11:28
[ 정형석 기자 ]

현대중공업 투자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오는 30일부터 기업분할에 따른 거래정지를 앞두고 '차익 실현'과 '지속 보유'라는 갈림길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기존 사업 가운데 조선, 해양, 육상플랜트 및 엔진사업을 유지하고 현대로보틱스(로봇),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일렉트릭(전기전자)으로 분리, 재상장한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하던 자사주는 현대로보틱스에 배정된다. 현대로보틱스는 존속 현대중공업, 현대건설기계, 및 현대일렉트릭의 지분을 모두 13.4%씩 보유해 현대중공업 그룹의 지주회사가 된다.

기존 주주들은 재상장 후 존속회사인 현대중공업 74.6%, 신설회사인 현대로보틱스 15.8%, 현대일렉트릭 4.9%, 현대건설기계 4.7%를 보유하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4월 1일을 기점으로 분할하며 오는 30일부터 5월 9일까지 거래가 정지된다.

"분할 전 차익실현, 분할 이후 재매수"

지난해 66% 오른 현대중공업은 올 들어서도 20% 이상 올랐다. 실적 턴어라운드, 국제유가 회복, 조선업 구조조정과 기업분할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차익실현을 고민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오는 30일부터 약 40일간 거래가 정지되는 점도 부담이다. 이 기간 조선업종의 주가 급락을 야기할만한 악재가 발생해도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관점에서 조선업 전체 시가총액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중공업 비중이 고정될 경우, 매매과정에서 원치 않게 조선업종의 비중이 조절될 수 있다. 펀드의 환매나 청산 시에도 현대중공업 지분은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

분할 이후 회사별 주가 흐름 차별화 가능성도 있다. 분할 후 재상장되는 4개 종목의 주가가 모두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일부에서는 이런 요인들을 감안해서 "분할 전 차익을 실현하고 재상장 이후 주가가 상승할 만한 종목만 선별 매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재 가격에서 매도 보다 지속 보유가 낫다"

많은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 주식을 지속 보유하는게 낫다고 조언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분할 전 차익실현 후 재매수보다 현대중공업을 지속 보유해 분할회사들의 합산 시가총액이 분할 이전보다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향유하는 게 합리적인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분할회사들의 개별 적정가치를 산출하기에는 아직 회계정보가 부족하지만 현대중공업을 단순 조선사로 접근해도, 현재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은 경쟁사 대비 우수하다"며 "비조선 사업들의 산업 평균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조선업 대비 높은 수준이어서 분할 후 합산 시총은 상승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강록 교보증권 연구원도 "현대중공업의 기업 분할로 신설회사들의 숨어있던 기업가치가 드러날 전망"이라며 "이는 재상장되는 첫날 상당부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비조선 사업 가운데 현대건설기계의 비교 대상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이다. 양사의 2017년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9배, 1.1배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자본에 포함된 영구채를 부채로 재산정하면 이 회사의 실질적인 PBR은 1.1배 수준이다. 이는 현대중공업 PBR 0.8배 보다 높다.

전력기기 사업을 하는 현대일렉트릭의 비교 대상인 효성과 LS산전은 PBR 1.1배와 1.2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실적 대부분이 현대오일뱅크에서 발생하는 현대로보틱스도 비교 대상인 SK이노베이션과 S-Oil이 각각 0.8배, 1.6배에 거래 중이다.

거래 정지 기간 조선업종의 리스크도 크지 않다는 진단이다. 한 연구원은 "산유국들의 감산이행, 기저효과에 따른 각종 수주 지표들의 개선, 상고하저의 올해 조선사 매출 구조를 감안 시, 조선업종의 주가 폭락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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