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줄이고 606만가구엔 '반값 건보료'

입력 2017-03-22 19:40
건보료 부과 어떻게 바뀌나

내년 '평가소득제' 폐지…지역가입자 보험료 인하
재산·자동차 부과기준 완화…퇴직자 부담 줄여
연소득 3400만원 넘으면 재산 없어도 피부양자 탈락


[ 심성미 기자 ]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전면 개편 시기가 2024년에서 2022년으로 앞당겨진다. 지역가입자의 80%에 달하는 606만 저소득 가구 보험료를 지금보다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시점이 당초 정부 계획보다 2년 빨라지는 것이다.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은 당장 내년 7월부터 대폭 줄어든다.

▶본지 3월22일자 A1, 4면 참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2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에 합의했다. 정부는 지난 1월 1단계(2018년), 2단계(2021년), 3단계(2024년) 등 3단계 주기의 단계적 개편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소득 중심의 일원화된 부과체계’를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 등과 절충점을 찾았다. 개편안 1단계는 내년 7월부터 시행하며 2022년 7월 최종단계가 적용된다. 개편 작업이 모두 끝나는 2022년 7월에 지역가입자의 80%(606만 가구)가 보험료 인하 혜택을 보고, 이자·연금소득이 많은 피부양자 47만 가구와 직장가입자 26만 가구는 부담이 늘어난다. 부과체계 개편으로 달라지는 핵심 내용을 짚어봤다.

(1) 건보료 덜 내는 사람은 누구?

이번 개편의 핵심은 직장가입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겁게 부과되는 저소득 가입자의 건보료를 줄이고, 소득이 많은 피부양자나 직장가입자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보험료를 매기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 외 재산, 자동차, 성, 연령에도 보험료를 부과해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와 정치권은 우선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보료 부담을 키운 평가소득제를 내년 7월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대신 연소득 100만원 이하 지역가입자에겐 최저보험료 월 1만3100원을 부과한다. 최종 개편 단계인 2022년부터는 지역가입자 80%의 보험료가 월평균 9만2000원에서 4만6000원으로 내려간다.

(2) 직장-지역 간극 얼마나 좁혀지나

현행 부과체계에서 가장 문제가 된 집단 중 하나는 퇴직자다. 직장에 다닐 땐 보수월액의 3.06%만 내면 되지만 실직 후엔 소득과 재산, 자동차 등에도 보험료가 부과돼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개편안을 적용하면 이들 부담이 크게 낮아진다. 재산에도 보험료를 부과하는 대신 재산 일부를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 공제해주기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재산 과표에서 최대 1200만원, 2022년부터는 5000만원을 공제해준다.

막판까지 진통을 겪은 자동차에 대한 부과기준도 정부안보다 소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내년부터는 1600cc 이하 소형차는 보험료가 면제된다. 또 1600cc 초과~3000cc 이하 자동차에 붙는 보험료는 30% 인하해주기로 했다. 2022년부터는 4000만원 이상인 고가차에만 보험료를 부과한다. 이에 따라 퇴직자 A씨(소득 없고 2000cc 승용차, 재산 과표 1억2000만원)의 건보료는 현행 22만원에서 내년 11만2000원, 2022년 8만3000원으로 줄어든다.

(3) 무임승차자 문제 해결되나

내년부터 고소득 피부양자는 건보료를 내야 한다. 재산 과표가 5억4000만원을 초과하고, 소득이 연 1000만원(2인가구 기준)을 넘으면 피부양자에서 탈락한다. 재산이 없어도 합산소득이 3400만원이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2022년부터는 재산 과표 3억6000만원 초과, 연소득 1000만원 초과 시 건보료를 납입해야 한다. 합산소득이 2000만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다.

이날 정부와 정치권의 합의안에 따라 당초 3단계에 적용할 예정이던 ‘형제·자매 피부양자서 제외’ 조항을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2022년부터는 건보료를 한 푼도 안내던 피부양자 중 47만 가구(59만명)는 월평균 7만7000원을 내야 한다.

(4) 직장가입자 영향은

직장가입자의 99.2%는 보험료 변동이 없다. 하지만 월급 외에 주식투자나 오피스텔 임대 등으로 연간 3400만원이 넘는 추가 수입을 올리는 고소득 직장인 13만 가구(상위 0.8%)는 내년부터 월평균 13만원을 더 납입해야 한다. 건보료를 물리는 보수 외 소득액 기준이 7200만원에서 3400만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기준금액은 2000만원으로 더 낮아진다. 보수 외 소득에 적용하는 보험료도 현행 3.06%에서 6.12%로 높아진다. 이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보수 외 소득이 연 3400만~7200만원인 9만 가구는 월평균 5만원을 건보료로 더 부담해야 한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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