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알아본 원료의약품 '1천만달러 수출 금자탑'

입력 2017-03-22 19:25
수정 2017-03-23 05:39
제97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상'

김국현 이니스트에스티 대표
동화약품 영업맨 출신
퇴직금 1000만원으로 도매업

"유통 넘어 약품 개발해보자"
매출 10% 이상 R&D 투입


[ 이민하 기자 ]
2004년, 김국현 이니스트에스티 대표는 긴급 연락을 받았다. 일본에 출장 간 팀장이 건 전화였다. 일본 제약회사 다이토가 하자를 제기했다는 보고였다. 첫 수출에 기뻐하던 김 대표는 식은땀이 났다. 일본 바이어는 고혈압 치료제 원료를 담은 일부 드럼통 용기의 모서리가 찌그러졌다는 걸 트집잡았다. 보고를 받은 김 대표는 요구를 모두 들어주라고 지시했다. 반품 비용도 전부 부담했다.

김 대표는 “바이어가 트집을 잡은 건 제품이 아니라 자신들의 높은 기준을 단적으로 보려주려고 한 것”이라며 “소비자 만족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 이후 일본 업체의 러브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일본·대만 제약사 ‘러브콜’

이니스트에스티가 바이토에 수출한 원료의약품(API)은 고혈압 치료제 원료인 테모카프릴이다. 일본 수출 금액은 첫해 약 20만달러에서 지난해 1127만달러로 불어났다. 이니스트에스티의 전체 수출(1305만달러) 중 85%를 차지한다. 주력 수출 제품은 위궤양 치료제 원료인 레마비피드로 연 55t에 달한다.

김 대표는 “위궤양 치료제 한 정 무게가 100㎎인 것을 감안하면 수출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품질에 신뢰가 쌓이면서 주문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품 도매업에서 제약사로

동화약품 ‘영업맨’ 출신인 김 대표는 1994년 퇴직금 1000만원을 가지고 약품도매업에 뛰어들었다. 서울 대림동 지하 사무실에서 이니스트팜(동우약품)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했다. 회사는 6년 만에 매출 100억원대 기업으로 커졌지만, 정작 김 대표는 한계를 느꼈다. 2000년 지금의 이니스트에스티를 설립했다.

후발주자의 약점을 연구개발로 메워갔다.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중앙연구소와 원료·신약·공정 연구팀을 꾸렸다. 김 대표는 “자체 생산시설과 연구소를 갖추면서 석·박사급 연구인력도 40명으로 늘렸다”며 “고순도 정제기술 등 국내외 특허도 33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니스트에스티는 한미약품의 ‘한미플루’ ‘팔팔정’ ‘구구정’ 원료인 오셀타미비르, 실데나필, 타다라필 등 다양한 원료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

◆“개량 신약 개발 도전”

김 대표는 2014년 충북 오송에 150억원 이상을 투자해 신약 개발 공장을 세웠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겨냥해 세운 생산시설이다. 김 대표는 “본사인 충북 음성과 신공장인 오송 생산공장은 모두 국내 의약품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받고, 미국 FDA 기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이후부터는 미국 수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를 680억원으로 잡았다. 2014년부터는 완제의약품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김 대표는 “이니스트에스티와 더불어 의약품 도매업체인 이니스트팜과 완제의약품 신설법인인 이니스트바이오제약 매출까지 합치면 총 매출이 1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국내 원료의약품 시장뿐 아니라 자체 완제품까지 수출을 늘려 강소 제약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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