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크루즈는 30대~40대 실속파에 최적 대안
'클럽 크루즈' 동호회 활동하며 삶의 일부 돼
크루즈는 '믿음이 가는 차', 변화된 모습 보이면 계속 탈 것
지난해 말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 2200만대. 첫차의 설레임, 말썽을 부려 천국과 지옥을 오간 경험 등 자동차에 얽힌 2200만개의 사연과 함께 합니다. 재미나고 감동적인 사연을 보내주시면 [내 인생의 자동차] 기사로 엮어 자동차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나누겠습니다(bky@hankyung.com). <편집자 주>
'쉐슬람'이란 말이 있다.
자동차 동호회 사이에서는 꽤 오랫동안 회자되어온 말이다. 쉐슬람은 쉐보레를 마치 종교(이슬람교)와 같이 신봉하는 오너들을 일컫는 별명이다. 자칭 쉐슬람 신도 최연식 씨(41)를 만나 그의 자동차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씨는 최근 한국GM이 9년 만에 새롭게 선보인 준중형 세단 쉐보레 '올 뉴 크루즈'의 1호차 주인공이기도 하다.
우선 한국GM의 올해 전략 차종인 신형 크루즈의 1호차 주인공이 누구인지가 궁금했다. 1호차 전달식 보도자료 어디에도 최씨에 대한 정보는 없었기 때문이다.
연예인도 아니고 전문직 종사자도 아닌 평범한 최씨가 어떻게 1호차를 가져갔을까? 해답은 간단했다. 최씨는 이번에 구입한 올 뉴 크루즈를 포함해 4대째 크루즈를 몰고 있다.
21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에서 최씨와 그의 크루즈를 만났다. 해가 수직으로 서는 한낮에 빛은 최씨의 흰색 크루즈에 닿았고 빛이 흔들리는 자리마다 색들은 부서졌다.
최씨가 크루즈와 만난 시기는 2008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젊은 시절 자동차에 관심이 많았던 최씨는 현대차 쏘나타 등을 몰다 바이크까지 관심 영역을 넓혔다.
서울 시내에서 운영하던 편의점까지 출퇴근을 하던 시절 대형 사고를 만나고 바이크를 접었다.
집안의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자동차로 갈아타려던 시점에 당시 GM대우의 준중형 세단 라세티 프리미어가 출시됐다. 라세티 프리미어의 디자인에 반한 최씨는 이미 계약한 르노삼성자동차의 SM5를 해약하고 쉐슬람에 귀의(?)했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GM대우의 사명이 한국GM으로 바뀌면서 차명도 쉐보레 크루즈로 변경됐다.
'크루즈가 왜 그리 좋으냐'는 질문에 최씨는 이렇게 답했다.
"운전대를 잡았을 때 왠지 모를 믿음이 생기죠. 고속주행에서 묵직하면서 낮게 깔려 내달리는 그 맛이 중독 수준입니다. 코너를 돌 때 롤링(좌우 흔들림) 없이 치고 빠지는 순간 크루즈를 더 사랑하게 됩니다."
'차는 참 좋은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던 최씨는 문을 여닫을 때의 묵직함 하나만 봐도 안정성에 대한 믿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은색 라세티 프리미어에 이어 2010년 3월 라세티 프리미어 디젤 모델로 갈아탄 최씨는 2014년 소개팅으로 만난 지금의 아내가 빨간색 크루즈 디젤을 몰고 왔을 때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최씨는 이렇게 결혼과 함께 세번째 크루즈를 타게 됐다.
크루즈는 최씨의 삶도 바꿔놨다. 2008년 크루즈(당시 라세티 프리미어) 동호회 활동에 열심이던 최씨는 2010년 동호회를 인수해 아예 회장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무역업을 하는 최씨는 직업의 절반이 동호회 운영인셈이다.
동호회를 운영하다 보면 "나이를 40이나 먹고 준중형차 타는게 그리 좋은가?"라는 힐난성 댓글을 만날 때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자동차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찾는 준중형차 시장이 더욱 활성화 됐으면 하는게 최씨의 바람이다.
"진정한 고성능 차를 타려면 비싼 스포츠 세단을 사야겠지요. 크루즈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그런 성능을 운전자에게 선사합니다. 그 매력을 절대 비켜갈 수가 없죠. 합리적 소비를 지향하는 30대~40대에겐 최고의 차라고 생각합니다."
크루즈를 타면서 불만도 많고 우여곡절도 많았다고 한다. 차체 강성을 높이다 보니 동급 차종보다 중량이 많이 나가 연비가 떨어진다는 약점이 그것이다. 변속기가 깨져 서울 강변북로 한복판에서 차가 멈추는 아찔한 순간도 경험했다. 최근엔 올 뉴 크루즈의 높은 가격과 일부 부품 품질 문제로 논란이 될 때 마음 아팠다고 한다.
그래도 크루즈를 계속 타겠느냐고 물었다. 최씨는 "크루즈가 언제부턴가 내 삶 속으로 들어와 버렸다"며 "크루즈가 열혈 팬들의 바람을 담아 변신을 계속 한다면 앞으로도 타고 싶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글 ·사진=변관열 한경닷컴 기자 b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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