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신한맨'이 치킨 프랜차이즈 대표 된 까닭

입력 2017-03-21 20:25
수정 2017-03-22 11:36
(김은정 금융부 기자) 31년 ‘신한맨’, 뼛속까지 ‘뱅커(은행원)’라는 수식어를 갖고 있던 금융인의 변신이 화제입니다. 지난 20일 제너시스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59)이 그 주인공입니다.

제너시스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BQ로 잘 알려진 제너시스BBQ그룹의 지주회사입니다. BBQ뿐만 아니라 닭 익는 마을, 우쿠야, 올떡볶이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입니다.

이 사장과 치킨 프랜차이즈. 30여년 그의 이력을 보면 다소 생소한 조합으로 보입니다. 이 사장은 1985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013년 신한생명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줄곧 신한은행에 몸 담은 정통 뱅커였습니다. 이 때문에 신한생명 사장으로 취임할 당시 금융권 안팎의 우려도 있었습니다. 은행 부행장 출신이 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이동하는 일이 잦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낸 CEO는 그리 많지 않은 탓입니다.

아무래도 업종 성격이 다르다 보니 조직 관리와 영업 전략에서 요구되는 자질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이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 신한생명의 상황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습니다. 은행에 상품권을 제공한 것이 적발돼 금융당국에서 징계를 받고, 몇몇 외국계 은행들과 제휴가 끊기면서 순이익이 급감한 시기였습니다.

이런 시기에 CEO에 오른 이 사장은 타격을 입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상품) 영업을 만회하기 위해 보험설계사와 대리점 영업에 집중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밤낮 없이 발 품을 팔았습니다.

보험설계사와 대리점을 직접 방문하며 격려하기 위해 취임 직후 반 년간 단 하루도 집무실에 머물지 않은 일화는 유명합니다. 이 때문에 임원들이 정례 보고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이런 악착같은 노력으로 신한생명은 비교적 빠른 시일 내 영업력, 수익성, 시장 신뢰를 회복했습니다.

이 사장은 신한생명이 안정을 되찾은 후에도 틈만 나면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대리점장과 지점장, 보험설계사들을 만났습니다. ‘사람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소신 때문이었습니다. 스스로 감동 받은 책이 있으면 개인 돈으로 수백권씩 구입해 보험설계사들에게 수시로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자필 메모와 함께 말입니다.

생명보험업계 한 원로는 “보험업에 대한 열정으로 짧은 시간 안에 지식과 전문성을 상당히 끌어올렸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보험설계사들에게 유난히 인기가 많은 경영인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윤홍근 제네시스BBQ그룹 회장도 이 사장의 이런 면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맹점주를 가족이라고 호칭하는 윤 회장은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다. 소비자, 가맹점주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합니다. 프랜차이즈업은 일종의 교육업과 비슷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해 가맹점주와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네요.

이런 맥락에서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임직원들의 행복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추구하려고 했던 이 사장의 경영 철학을 눈 여겨 봤다는 후문입니다. 실제 제너시스BBQ그룹은 이 사장을 영입하면서 “경영 전반과 직원 복지, 조직 문화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사장은 취임 전부터 이미 ‘치킨맨’으로 변신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경험했다고 합니다. 직접 닭을 튀기고 판매점에서 근무하면서 현장을 체득했다고 합니다. 프랜차이즈 예비 창업 교육을 직접 받으면서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도 살폈다고 하네요. 프랜차이즈업에 대한 각종 전문 서적을 대거 구입해 탐독 중이라고 합니다.

이 사장은 취임식에서 “전 임직원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업무 환경과 조직 문화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습니다. 31년 ‘신한맨’의 또 다른 도전이 프랜차이즈업계에 어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해봅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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