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개발한 투명 케이블로 복잡한 선·주변기기 사라져
화질 넘어 새로운 화두 제시
[ 노경목 기자 ]
“또 화질 이야기만 하루 종일 하고 가겠구나 생각하는 기자들이 많은 거 같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 이상의 것을 얘기하려 한다.”
서울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21일 열린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TV 국내 출시행사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이 한 말이다. 35분간의 QLED TV 제품 소개에서 화질에 대한 설명은 10분가량에 그쳤다. 나머지 시간은 QLED TV의 디자인이 주변에 얼마나 쉽게 녹아드는지, 얼마나 간편하게 설치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김 사장은 “사용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조화를 이루면서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이번 제품의 목표”라고 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삼성전자가 3년간 개발한 투명 광케이블이다. 게임기 등 잡다한 주변 기기가 연결되는 셋톱박스와 TV를 잇는 지름 1.8㎜의 광케이블은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는다. 15m까지 연장되는 광케이블이 초당 75GB(기가바이트)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해 고화질 영상을 보는 데 어려움이 없다. TV 뒷면과 아래에 복잡하게 엉켰던 선들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다.
독자 개발한 TV 거치 장치인 ‘월마운트(wall mount)’를 통해 TV를 벽에 완전히 밀착해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바닥에 그냥 놓고 쓰더라도 실내에 어울릴 수 있도록 각종 스탠드도 함께 내놨다. 유재욱 삼성전자 제품디자인담당은 “TV 뒤의 잡다한 케이블과 주변기기를 어떻게 숨겨야할지 신경 쓰지 않고 어디든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TV 사용도 쉬워졌다.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스마트폰을 통해 TV를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터치 한 번으로 스마트폰 사진이 바로 TV에 비치는 등 스마트폰과 TV 사이의 벽을 허물었다. 버튼이 8개밖에 없지만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리모컨은 음성검색 기능이 업그레이드됐다. 채널 변환 등 기본적인 조작은 물론 구글을 통한 검색까지 가능하다.
이원진 삼성전자 부사장은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한지보다 사용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맞춰 인터페이스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프랑스 파리 발표회에서 호평 받은 ‘프레임 TV’도 오는 5월 공개한다. 꺼져 있을 땐 그림액자로 보이는 TV로 TV의 실내 디자인 측면을 강조한 세리프 TV와 맥을 같이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화질은 육안으로 우수성을 가리기 힘들 만큼 발전했다”며 “소비자가 인지할 수 있는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개발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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