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5월 대선을 겨냥해 대선공약화할 수 있는 지역현안 사업 발굴 경쟁에 돌입한 양상이다.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던 일이지만 이번엔 선거까지의 기간이 짧아 지자체들이 일단 대선공약에 집어넣고 보자는 전략으로 나오고 있다. 대선주자들 역시 눈앞의 표 계산에 혈안인 터라 이런 식으로 지역현안을 끼워넣기 시작하면 부실한 대선공약이 대거 양산될 게 불 보듯 뻔하다.
말이 지역현안이지 각 지자체가 제시한 사업의 면면을 보면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실행이 불가능한 것들 일색이다. 울산시는 조선산업 재도전 3000억원 희망펀드 조성 등 13개 분야 24개 사업을 요구했고,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관문공항 건설을 내밀었다. 부산시는 김해신공항 확충을, 전라남도는 무안국제공항 확충을 요청했다. 이에 질세라 창원시는 광역시 승격을, 세종시는 국회와 청와대 이전을, 광주시는 자동차 100만대 생산도시 조성을 들고 나왔다. 이들 사업 중엔 국회와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처럼 이미 대선공약화된 것도 적지 않다. 앞으로 다른 지자체들까지 대선공약화 경쟁에 가세할 태세여서 또 무슨 볼모적 사업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문제는 그 후유증이다. 당장 표가 아쉬워 덜컥 대선공약으로 받아들인 지역현안 중에는 국가를 첨예한 지역 간 이기주의의 전쟁터로 몰고 간 사례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동남권 신공항이 그랬다. 두고두고 부작용을 양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균형발전 등 그럴듯한 명분을 내걸고 특정 지역 표를 얻자고 했던 행정수도 이전이나 혁신도시 건설 등이 그런 사례다. 그 후유증은 경제 문제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 그런데도 대선만 다가오면 이런 식의 지역사업에 기댄 포퓰리즘 정책이 어김없이 활개를 친다.
흔히들 포퓰리즘은 정치인 탓이라고 하지만 그 진원지를 따져보면 꼭 그렇다고 보기도 어렵다. 지금 각 지자체가 보이는 행태처럼 표와 지역 이익의 거래가 포퓰리즘 공약을 양산하는 공식이 되고 있다. 표를 무기로 지역현안 사업을 대선공약에 집어넣도록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지자체가 포퓰리즘의 원천이다. 벌써 대선 이후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