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엔진 성공, 3.18혁명"‥北김정은 직접 과시 왜?

입력 2017-03-19 10:21
수정 2017-03-19 10:23
김정은, 신형 로켓 엔진시험 직접 주도
성공 자평에 기술자 껴안고 "3.18 혁명" 규정
美무력 언급 긴장감..'직접 협상' 메시지 분석


북한이 미국의 무력 대응 언급 하루만에 신형 고출력 로켓 엔진의 지상 분출 시험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시험을 주도한 사실도 공개했다. 지난 18일 시험 성공을 '3.18 혁명', '기적'으로까지 표현하며 기뻐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대북 추가 압박에 내부 긴장감이 한층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19일 조선중앙방송과 조선중앙통신이 이같은 김 위원장 참관 사실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발사장 감시대에서 시험 시작을 직접 명령하자, 고출력 엔진이 폭음과 함께 시뻘건 화염이 뿜는 광경이 전파를 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새형(신형)의 대출력 발동기 제작 정형(상황)을 보고 받으시고 이른 새벽 몸소 서해위성발사장에 나오시여 발동기의 기술적 특성과 지상분출시험 준비실태를 세심히 료해(이해)하시고 시험을 지도하시였다"며"국방공업건설사에 특기할 또 하나의 사변적인 기적을 창조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이날 신형 터빈 펌프 등의 로켓 성능이 전반적으로 고출력 목표치에 도달했다고 자평했다. 조선중앙통신도 김 위원장이 시험 결과에 크게 기뻐하며 기술자들을 얼싸안거나 등에 업으며 노고를 치하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로켓공업발전에서 대비약을 이룩한 오늘은 '3 18혁명'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오늘 이룩한 거대한 승리가 어떤 사변적 의의를 가지는가를 온 세계가 곧 보게 될 것"이라며 "새형의 대출력 발동기가 개발완성됨으로써 우주개발분야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위성운반능력과 당당히 어깨를 겨를 수 있는 과학기술적 토대가 더욱 튼튼히 마련되게 됐다"고 강조했다. 김정은은 시험에 참가한 국방과학 부문 일꾼들과 과학자, 기술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시점 상으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일·중 3국 순방에서 북한에 대한 고강도 압박 메시지를 던진 이후 나온 북측 대응이라는 점에서 북한의 과시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 서울에서 유병세 외교부 장관을 만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며 "북핵 폐기를 위해 외교, 안보, 경제 등 모든 형태의 조치와 옵션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군사적 갈등까 원치 않지만 만일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위협한다면 군사적 옵션을 포함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무력 사용까지 언급한 바 있다.

이번 북한의 엔진 성능 실험은 서방의 제재 압박에 굴하지 않고 핵무기를 포함한 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는 메시지다. 특히 신형 로켓 엔진은 북한이 미국을 사정권으로 개발 중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장거리 타격 무기의 핵심 기술이다.

신형 로켓 엔진이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을 강조해 대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도 보인다. 북한이 과거 대북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할 때마다 각종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을 앞세워 오히려 강경 대응 메시지를 던져왔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직접 성능 시험을 주도하고, 성공을 크게 자축하는 모습을 공개한다는 점도 이례적이다. 오히려 북한 내부적으로 서방 추가 고강도 제재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만간 북미 간 직접 협상의 물꼬를 트자는 북한 측 메시지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김민성 한경닷컴 기자 m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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