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시선집중! 이사람]"여자 마음, 남자가 더 잘 알죠"-최헌정 대유위니아 디자인센터장

입력 2017-03-19 09:59
수정 2017-10-08 19:20
제품 분류도 없는 밥솥 ·김치냉장고로 디자인상 수상
"사용자 환경 맞추는 가치 중심의 디자인 목표"


[ 김하나 기자 ] 지난 1월 서울 선릉 대유위니아 사옥 2층. 요리연구가인 백종원씨가 모델인 전기압력밥솥 '딤채쿡'의 1주년 사인회가 열렸다. 한시간 가량 진행된 사인회에는 팬들로 성황을 이뤘다.

백종원씨를 보러 왔던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대유위니아의 쇼룸이었다. 항아리를 닮은 한국적 곡선과 레트로 라디오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접목한 제품인 밥솥인 '딤채쿡',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의 김치냉장고인 '딤채 마망' 등이 전시된 곳이었다.

네모 반듯한 모양의 가전제품이 아니라 곡선이 적용된 디자인, 그리고 강렬한 색채는 방문객들을 사로잡았다. 사인회는 1시간 만에 끝났지만 쇼룸의 방문객들은 늦은 오후, 문을 닫는 시간까지 붐볐다.

불과 1년 여만이었다. 친정엄마가 쓰는 김치냉장고 '딤채'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대유위니아가 예쁘기도한 제품을 만든다고 인정받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디자인의 가치는 세계에서도 인정받았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에서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와 독일의 '레드닷(reddot)'에서 5건의 디자인 상을 받았다. 디자인 경영이 도입되기 전인 2014년까지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랄만한 수준이다.

대유위니아의 디자인을 이끌고 있는 수장인 최헌정 디자인센터장(상무·사진) 또한 짧은 기간의 큰 성과에 대해 공감했다. 디자인센터를 총괄하고 있지만 편한 차림새의 그는 각종 가전제품의 각종 기능부터 변천사까지 줄줄이 꿰고 있는 '디자인 역사가'이기도 했다.

- 센터장으로 온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성과가 많았던 것 같다.

"맞다. 2014년 12월에서 대유위니아로 회사를 옮겼으니 이제 2년 4개월째다. 대기업에 다니던 시절에는 반영이 안되는 디자인도 많았고, 반영되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중견기업임에도 소통이 활발하고 의사결정도 신속하다보니 빠르게 현실화된 디자인이 많았다."

- 국내는 그렇다치더라도 해외에서 받았다는 건 의외다. 김치냉장고나 밥솥을 이해하던가?

"그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유럽 쪽은 쌀문화가 아니다보니 밥솥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다. 김치냉장고는 말할 것도 없었다. 출품하는 카테고리(분류)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밥솥은 '쿠커'로 김치냉장고는 '냉장고' 카테고리에서 상을 받았다. 기존의 제품들이 워낙 쟁쟁하다보니 큰 기대를 안했지만 수상하게 됐다."

- 해외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한다는 자체가 해외 시장을 염두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많은 회사들이 글로벌화에 맞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성공사례도 많다. 우리 회사도 그런 시점에 임박했다고 보면 된다. 디자인센터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각을 갖고 디자인하는 것도 이러한 일환이다. 해외리서치 부분을 강화하고 있고 글로벌 라이프스타일도 연구중이다. 이를 타깃으로 한 디자인도 내놓을 예정이다."

전기압력밥솥 '딤채쿡'과 김치냉장고 '딤채 마망'은 '2016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제품 디자인 상을 수상했다. 위니아 에어워셔는 2015년과 2016년에 제품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위니아 에어워셔는 제품 패키지 부문 본상까지 받아 올해에는 2관왕을 차지했다. 이처럼 해외를 누비는 그이지만, 본사에서 만난 최 상무는 평범한 차림이었다. 사무실에서 일필휘지(一筆揮之)로 스케치를 하며 디자이너들을 진두지휘를 할 것 같다는 고정관념 때문이었다.

"직접 만나고 놀라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 주부들이 주로 쓰는 가전을 디자인하는 책임자가 남자라는 점과 편한 차림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업무의 특징을 보면 이해를 하곤 한다. 가전제품은 일반 디자인이랑 달라서 설계부터 기능들을 모두 이해해야 한다. 충남 아산공장에서 설계부터 생산과정까지 체크해야 한다. 제품의 기능을 이해해야만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좋은 디자인이 나올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소비자인 아내의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 새삼스럽게 디자인을 강화한 이유가 궁금한다.

"이미 기술을 발전할대로 발전했다고 본다. 사람들은 '필요(needs)'로 하는 것들은 거의 다 만들어졌고 포화상태인 것도 있다. 현재 가전시장에서의 화두는 어떻게 소비자의 '욕망(want)'을 끌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기능이 아닌 가치를 본다는 얘기다. 그 중심에는 디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 예전부터 '디자인 경영'이라는 화두는 있었다. 뭐가 다른가?

"불과 몇년 전까지만해도 가전제품 디자인이라고 하면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외관에 치중할 뿐이었다. 최근에는 외관을 넘어서서 제품이 주는 경험의 영역까지 디자인이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UX(사용자환경) 디자인이다. 대유위니아 제품들은 UX조직을 강화하고 브랜드의 경험가치를 강화하고 있다."

그는 재밌는 예를 들어 설명했다. 명품브랜드인 샤넬은 방수가 잘 안돼 비가 새는 우산을 판다고 한다. 이는 샤넬만의 소재감을 표현하기 위해 방수를 포기했다고 하는데,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라고…. 사람들은 기능을 본 게 아니라 샤넬이라는 가치를 봤다는 설명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지갑을 여는 시대라는 게 최 상무의 얘기다.

- 그런 점에서 본다면 '딤채'는 브랜드력도 있는데다 소비자들의 경험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제품 아닌가?

"그렇다. '디자인이 좋아봤자 밥맛이 별론데, 김치 맛이 별론데'와 같은 핀잔은 안듣는다. 이미 좋은 걸 알고 있는데 디자인까지 좋다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는다. 밥솥이 출시 1년 만에 시장에서 점유율이 10% 까지 올라간 까닭도 김치냉장고부터 쌓아온 가치가 확장된 것이라고 본다."

- 밥솥의 경우, 어떤 기능들이 좋던가?

"밥솥인 딤채쿡에는 나노알파히팅시스템이 적용됐다. 용어는 자체는 어려운 것 같지만, 쉽게 말하면 전기장판과 돌침대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기존의 밥솥들이 내솥에 일반 구리선을 촘촘하게 넣어줬다면, 딤채쿡은 면 형태로 내솥을 골고루 발열해주는 기술이다. 기존의 밥솥이 전기장판이라면, 딤채쿡은 돌침대같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열을 골고루 전달해서 고슬고슬하고 쫀득한 밥맛을 즐길 수 있다."

- 밥솥에 소비자들의 편의를 부각시킨 디자인은 무엇인가?

"그동안 밥솥들은 본체에 화면이 있고 뚜껑이 달려있는 식이었다. 하지만 딤채쿡 유기골드의 경우 화면을 뚜껑인 상단에 배치했다. 주방에서 밥솥은 서서 사용하는 제품이다. 그만큼 표시창을 보기 쉽고 이용하기가 쉽다. 취사 완료후 뚜껑에서 흘러내리는 밥물을 받아내는 케이스를 밥솥 안에 넣었다. 밥솥 전체 디자인으로도 보기 좋고 쉽게 분리돼 세척도 쉽다."

- 새로 들어간 기능 중에 디자인과의 시너지를 부각시킨 게 있다면?

"최근 선보이는 프리미엄급 냉장고나 김치냉장고, 밥솥에는 웰컴라이팅과 히든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웰컴라이팅은 사람이 다가가면 알아서 불을 켜주는 기능이고 냉장고에 표시가 없다가 터치하면 표시를 해주는 게 히든 디스플레이다. 두 기능 모두 디자인과 기능의 최상 결합이라고 생각한다."

- 디자인에 전반적으로 곡선이 많은 것 같다.

"한국적인 느낌을 디자인에 많이 녹였다. 딤채쿡 유기골드의 경우 전통의 가마솥 형상을 모티브로 유기그릇의 품위있고 고급스러움 그리고 견고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일본에서 밥솥하면 '코끼리'가 상징이 된것 처럼 딤채쿡은 '거북이'를 상징으로 했다. '딤채마망'은 문의 하단부를 곡선형으로 처리했는데, 이는 한옥의 처마끝에서 따온 디자인이다. 실제 소비자들의 사용후기도 좋아서 지속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 최근 가전업계의 디자인 트렌드는 무엇인가?

"안심과 공감이다. 옥시나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들은 디자인 업계에서도 큰 충격이자 이슈였다. 소비자들에게 안심을 주는 디자인적인 요소들이 중요해졌다. 또 소비자들은 그동안 가전제품들의 과도한 스펙에 지쳐다고 본다. 자신들이 진정으로 공감하는 제품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UX 와 UI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최 상무는 인터뷰 내내 '가치'와 '철학'을 강조했다. 최근 고객들은 '남들이 사니까'가 아닌 '내가 봤을 때 가치가 있으니까'를 중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인생은 한번 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의미인 '욜로(YOLO)'가 시대가치로 떠오른 것도 우연은 아니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제품도 다들 살만한 무난한 디자인이 보다는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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