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를 위한 경영학 <46> 블루오션 전략
경쟁없는 시장을 찾아서
(1) 융·복합으로 신시장 창출…호텔과 민박 장점 결합한 에어비앤비처럼
(2) 새로운 가치를 더해라…서커스를 쇼로 바꾼 태양의 서커스처럼
(3) 비고객을 돌려세워라…관심밖 소비자들도 섬세하게 공략해야
김동재 <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나라 안팎으로 격변과 혼돈의 시대다.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큰 축으로 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치 리더십 교체를 앞둔 한국 경제에는 예측조차 어려운 파괴적인 삼각파도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 평탄한 시기가 있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최근의 상황만큼 복잡다단한 거시적, 미시적 요소들이 얽혀서 급변하는 경우도 드물었던 것 같다. 이렇게 혼돈의 시대에서도 경영자들은 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해나가야 한다. 불확실성 상황에서 자칫 회사의 방향을 잘못 잡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결국은 전략적 사고가 답이다. 불확실성 아래서는 아무리 상세한 자료를 가지고 정교한 분석을 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고 세상이 돌아가는 근본적인 힘의 변화를 바탕으로 한 전체의 맥락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적 사고는 이렇듯 맥락을 읽고 방향을 잡아가는 데 주안점을 두는 사고방식이다. 그런데 전략적 사고라는 개념은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전략의 개념을 본질적으로 정리하고 나아가 이를 구체화해 현실에 적용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 ‘블루오션 전략’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마보안 교수가 제시한 이론이다. 이제는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이 일반명사화됐을 정도로 널리 알려졌는데, 정작 구체적인 내용은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필자의 견해로는 블루오션 전략이 담고 있는 내용이 전략적 사고의 핵심을 전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출발점이 전략의 본질적인 개념을 꿰뚫고 있다. 즉, ‘경쟁’을 전략의 본질적인 개념에서 다시 바라봤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1980년에 출간한 《경쟁전략》이 전략경영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시금석이 됐는데, 다만 경영자들이 전략이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라고 단순화해 생각하게 됐다는 것이 문제다. 블루오션 전략은 진정한 전략은 경쟁의 프레임을 벗어나서 경쟁을 불식하는 것이라고 정의함으로써 경쟁의 틀 속에 갇혀서 제한적인 전략적 사고를 하던 경영자들에게 신선한 통찰력을 제공해줬다.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적인 개념은 바로 ‘가치혁신’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블루오션 전략은 고객의 관점에서 치르는 가격을 뚜렷이 넘어서는 가치를 기업이 창출하는 방법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뛰어난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이 반드시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 역시 블루오션 전략의 주안점이다. 요컨대 ‘저원가 고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블루오션 전략의 또 다른 강점은 현장에 접목돼 있다는 것이다. 가치혁신의 방법론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많은 실제 사례들을 적용하면서 구체성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아래와 같이 세 가지 핵심 포인트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기존의 경계를 넘어서 융복합을 추구함으로써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굴해 가치를 창출한다. 전통적인 제품, 서비스 제공의 시각에서 관념적으로 생각해오던 산업 내지 시장의 경계를 고객의 관점에서 재정의하는 것이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숙박업과 민박을 두 개의 분리된 시장으로 보지 않고 각각의 장점을 결합해 융합적인 사고를 함으로써 시작돼 블루오션을 개척한 사례다. 나아가 고객의 입장에서 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 사용하는가를 구매 이전과 이후까지 포괄해 총체적인 사용자 경험의 측면에서 보면서 통념적으로 달리 보아온 제품과 서비스들을 융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번째, 전략의 핵심적인 내용은 단순한 목표치 설정이 아니라 가치창출의 본질적인 속성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돼야 한다. 리처드 루멜트 미국 UCLA 교수가 일갈했듯이, 경영자들은 목표설정을 전략이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하고 이 숫자에 기반해 계획을 세우면 마치 회사가 전략적으로 잘돼 간다는 오해를 하기 십상이다. 블루오션 전략에서 소개하는 ‘전략 캔버스’는 도대체 우리 회사는 어떤 내용의 가치창출 요소를 가지고 있는가를 뜯어보는 일종의 전략 해부도다. 이제는 유명해진 태양의 서커스단이 캐나다의 작은 회사에서 글로벌 회사가 된 것도 서커스가 제공하는 전통적인 가치 요소를 완전히 달리 생각해 동물들이 등장하는 전통적인 서커스의 속성 등을 과감히 없애고 드라마에서나 보던 흥미로운 이야기 흐름을 서커스에 도입, 새로운 서커스 쇼를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끝으로 블루오션 전략은 고객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데, 바로 ‘비고객’의 개념이다. 자사 고객에게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팔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까지 우리 것을 구매하지 않은 사람들은 누구이며 왜 그럴까에 대한 전략적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비고객은 세 개 층으로 세분되는데, 첫 번째가 약간의 노력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비고객이다. 현재 제공되는 가치 속성을 그들의 취향에 맞춰 일부 바꿔주면 곧바로 고객으로 편입될 수 있는 그룹이다. 두 번째 비고객층은 현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고는 있지만 구매하지 않거나 구매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주어진 가치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가격을 낮춰 제공하는 방법을 통해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대상이다. 세 번째 비고객층은 아예 이전에는 고객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그룹이다. 이 그룹은 완전히 새로운 조합의 가치 속성들을 제시함으로써만이 고객층으로 전환시킬 수 있다. 이렇게 비고객층을 적극적으로 고객으로 전환해 시장 크기를 획기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블루오션의 중요한 개념 중 하나다.
전략적 사고의 핵심은 ‘본질’을 생각하는 것이다. 오랜 관행과 주어진 게임의 룰에 익숙한 많은 경영자들이 단숨에 사고의 틀을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후발자로 성공한 한국 기업들에는 업계의 경쟁자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전략의 전형적인 내용이 돼왔다. 물론, 경쟁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경쟁에 앞서 고민해야 하는 것이 고객을 위한 가치다. 또 원대한 꿈을 가지는 것은 좋으나 그런 비전을 어떻게 달성해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그려내지 못한다면 일장춘몽이다. 혼돈의 시대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전략적 사고를 가다듬어야 한다.
■ 저비용항공사의 성공과 '전략캔버스'
블루오션 전략의 가장 핵심적인 분석적 틀이 전략캔버스다. 전략캔버스란 특정 산업이나 시장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제공되는 총체적인 고객 가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를 요소별로 분해해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도표다.
예를 들어 저비용항공사의 성공을 전략캔버스로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다. 고객이 항공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총체적인 가치를 요소별로 쪼개 보면 좌석, 기내식, 기내서비스, 정시성, 연결편의성, 라운지서비스, 마일리지서비스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의 성공은 고객 니즈를 심층적으로 파악해 꼭 필요한 가치를 새로 만들거나 강조하고, 덜 중요한 가치를 없애거나 줄임으로써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선보인 것에서 기인한다.
전략캔버스는 이렇게 세분화된 가치 창출 요소별로 자사와 다른 업체들의 상황을 비교해 봄으로써 얼마나 전략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가를 스스로 평가해 보는 효과적인 도구다. 업계 관행에 따라 관성적으로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고, 새로운 관점에서 가치를 획기적으로 증진시키는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나아가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가치 속성을 발견해 냄으로써 진정한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도 있다.
김동재 <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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