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명 뽑으려고…7개 회사가 싸우는 일본

입력 2017-03-17 17:51
구인난 심각…'영상 면접'도 동원


[ 박진우 기자 ] “대기업 일자리 하나에 일곱 명의 지원자가 몰려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 명의 지원자를 뽑으려고 일곱 개 회사가 경쟁합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한 채용박람회에 참가한 가구회사 시마쓰의 인사담당자 구리야마 슈토는 근처 대기업 회사 부스가 구직자로 가득 찬 것을 바라보며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토로했다.

일본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심각하다. 일본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자본 규모 1억엔(약 10억원) 미만 중소기업은 1990년대 초반 이후 가장 심각한 노동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잘 알려진 중소기업들도 구인난에 채용 기준을 낮추는 한편 외국인 채용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1월 일본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모두 합친 유효구인배율(구직자 대비 구인자 비율)은 25년 만의 최저치인 평균 1.43이다. 실업률은 3%로 완전 고용 상태에 가깝다. 특히 도쿄에선 구직자 한 명을 뽑기 위해 두 기업이 경쟁을 치른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대기업들이 지원 기준을 낮춰 채용인력을 독식한 탓도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대기업이 더 나은 인재를 뽑기 위해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학기 중 채용 인원을 늘리면서 중소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력채용회사인 파소나의 이시다 마사노리 마케팅 책임자는 “대기업은 막 대학을 졸업한 학생을 채용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졸업한 지 3년이 지난 신입도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구인난에 일본 기업들의 채용 방식은 가지각색으로 변하고 있다. 일본 료칸회사인 호시노리조트는 먼 곳에서도 채용에 지원할 수 있도록 비디오 영상으로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했다. 과자회사인 가루비는 졸업한 지 5년 이상 지난 사람도 채용한다. 파소나가 10일 주최한 해외인력 채용박람회엔 중소기업뿐 아니라 이토쓰상사 및 유명 대형은행을 포함해 32개 회사가 참여했다.

히비노 다카시 다이와증권 회장은 “당장 여성과 노인, 외국인을 인력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며 “일본 회사들은 앞으로 인재를 끌어들이는 데 실패하거나 업무 환경을 개선하거나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