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포퓰리즘' 네덜란드선 안 통했다

입력 2017-03-16 17:47
총선서 집권당이 제1당 유지

반EU 외친 극우당 득표율 저조
'네덜란드 트뤼도' 녹색당 돌풍
"프랑스·독일 선거에 영향 미칠 듯"


[ 임근호 기자 ] 15일(현지시간)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민주당(VVD)이 승리했다.

16일 국영 NOS방송에 따르면 자유민주당은 전체 150석 중 33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을 유지했다. 41석을 차지한 2012년과 비교해 의석이 줄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연합(EU)과 이슬람, 난민을 반대하며 한때 여론조사 1위를 질주했던 극우 성향 자유당(PVV)은 20석으로 부진해 제2당에 그쳤다.

뤼터 총리는 15일 밤 지지자들에게 한 연설에서 “네덜란드가 잘못된 종류의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을 멈추게 했다”며 승리를 선언했다. 영국의 EU 탈퇴 결정과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유럽에서 세를 확대하던 극우 포퓰리즘이 네덜란드 총선에선 ‘찻잔 속 태풍’에 그친 것이다.

이번 총선은 4~5월 프랑스 대선과 9월 독일 총선을 앞두고 유럽 극우 포퓰리즘의 파괴력을 가늠해보는 시험대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네덜란드 총선 결과를 볼 때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극우 정당과 후보가 큰 탄력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자유당은 올 1월만 해도 35석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대표가 내세운 EU 탈퇴, 이슬람 사원 폐쇄, 이슬람 경전 금지 등 과격한 공약이 유권자의 반발을 산 것으로 분석된다. 빌더르스 대표는 막말을 일삼아 ‘네덜란드의 트럼프’로 불린다.

자유민주당의 연정파트너인 노동당은 9석을 얻어 2012년 총선 때의 38석에서 무려 29석을 잃으며 참패했다. 지지자들이 다른 진보 정당으로 옮겨간 탓이다. 온건 중도 성향 기독민주당(CDA)과 온건 진보 성향 민주66당(D66)은 나란히 19석을 차지했다.

‘네덜란드의 트뤼도(캐나다 총리 이름)’라 불리는 예시 클라버 대표가 이끄는 녹색좌파당(GL)은 14석으로 지난 총선 때보다 10석을 더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사회당(SP)도 14석을 얻으며 선전했다. 다만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만큼 4~5개 정당이 연대해야 집권에 필요한 76석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빌더르스 대표는 이날 연정에 참여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서 주요 정당들은 자유당과는 손잡지 않겠다고 선언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2012년(74%)보다 높은 80.4%로 집계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