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환수제 피할 만능키?
이달부터 관련법 바뀌어 연내 관리처분인가 신청 못하면
초과이익환수 대상 포함되는데 신탁사들 '규제 피한다' 허위 홍보
소규모단지 위해 도입했는데…
여의도 시범·마포 성산시영 등 중대형 단지들이 더 적극
소수의 신탁사가 여러 곳 수주…독식 막을 규제 생기나 '촉각'
[ 조수영 기자 ]
국토교통부가 신탁방식 재건축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부동산신탁사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해갈 수 있다고 허위·과장 홍보를 하거나 요지의 초대형 사업장 위주로 수주하고 있어서다. 재건축 사업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소규모 사업장의 재건축 추진 속도를 높여주기 위해 지난해 3월 도입한 신탁방식 재건축이 도입 취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우려했다.
◆허위·과장 홍보에 구두 경고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신탁사들에 구두 경고를 보냈다. 일부 신탁사가 신탁방식 재건축을 택하면 올해 말 유예기간이 끝나는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고 과장 또는 허위 홍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의 한 재건축 추진 주민단체가 연 주민설명회에서 A신탁은 “신탁방식 재건축을 도입하면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 대신 신탁사가 주도하는 신탁방식 재건축은 추진위 및 조합설립 과정을 건너뛸 수 있다. 전체 재건축 사업 기간을 1~2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지구단위계획조차 수립하지 못한 이 단지가 연내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초기 단계인 단지가 올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신청할 가능성은 아예 없다”며 “신탁사들이 재건축 초기 단지에서 초과이익환수제 유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과도하게 홍보하는 점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신탁방식 재건축 역시 명백한 초과이익환수제 대상으로 최근 편입됐다. 기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은 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을 조합 또는 조합원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신탁방식은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도 돼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국회는 지난 2일 초과이익환수제 납부 대상자에 신탁업자와 토지 소유자까지 포함하는 내용을 담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대규모 사업장 편식도 우려
신탁사들이 대단지 사업장을 중심으로 수주하고 있다는 점도 국토부는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사업이 지지부진한 소규모 사업장의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탁 재건축을 도입했다. 소규모 재건축 사업은 자금 조달이 어렵고, 시공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아 표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신탁사가 신용을 제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국토부는 판단했다.
법이 시행되자 신탁사들은 취지와 달리 요지의 중대형 위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에서만 7개 단지가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모두 여의도 강남 등에 있는 중대형 단지다. 단지규모도 크다.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1790가구로 이뤄져 있다. 강동구 삼익그린맨션(2400가구), 대전용운아파트(2244가구) 등은 2000가구를 넘는다. 신탁방식을 도입하기로 한 마포 성산시영아파트는 3710가구에 이른다. 모두 사업성이 높아 굳이 신탁방식 재건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단지다.
국토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신탁사의 인력과 경험 부족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신탁사의 한정된 인력으로 대규모 사업장을 여럿 수주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주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신탁방식 재건축 대상을 축소하는 등 규제를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그럼에도 신탁방식 재건축의 인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재건축은 속도가 관건인데 집행부 비리 등으로 사업 차질을 빚는 곳이 많다”며 “집행부 비리에 염증을 느낀 주민과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신탁사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어 신탁방식 재건축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신탁방식 재건축
조합 대신 신탁사가 시행을 맡아 추진하는 재건축 사업 방식.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추진위 및 조합설립 과정을 건너뛰어 재건축 사업 기간을 1~2년가량 단축할 수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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